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해 “남북 대화 채널 복원과 한반도 평화 정책 등 종합적 구상을 미국에 설명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외교적 해법으로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향이 나오자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부산한 행보와 달리 북한은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발표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행보와 관련해 미국이 ‘유인책’을 내놓지 않으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유사한 ‘제2의 전략적 인내’ 상황을 맞을 위험성이 있다는 평가다.
이날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도출한 ‘외교를 통한 평화적·점진적 접근 방식’에 맞춰 북한과의 대화 채널 복원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오는 6월 방미해 "한미정상회담 후속으로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며 “미국 측의 이해를 더 많이 구할 수 있는 소통의 과정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당 역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2018년 남북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을 추진할 방침이다.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면 남북 협력 과제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정부가 이처럼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인균 경기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당근책’을 내놓지 않는 한 실무진 차원의 접촉에 응하지 않을 테고 결국 미국은 제2의 전략적 인내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대북 정책을 북측에 설명하기 위해 북미 접촉을 재개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북미 대화 재개 시점을 확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최대한 빠른 시점에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한미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