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여명] '백신 주권' 중요성 다시 일깨운 한미정상회담

김민형 바이오IT 부장

美, 백신 개발에 천문학적 자금 지원

특혜 핑계로 소극 대응한 韓과 대비

국산화없인 외국 의존·수급불안 반복

과감한 정책지원해야 백신주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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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미국 모더나의 백신을 위탁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노바백스와 차세대 백신 개발에 협력키로 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모더나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연구에 나선다. 1~2회 접종에 그치지 않고 매년 코로나 백신을 접종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백신 수급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우선 ‘백신 스와프’가 없었다. 백신 스와프는 백신이 부족한 한국이 백신이 넉넉한 미국으로부터 미리 백신을 공급 받아 사용한 뒤 나중에 갚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올 하반기에는 나름 충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하지만, 당장 5~6월에는 백신이 모자라 접종 속도가 더디다. 현재 1차 접종률이 7.4%에 불과해 100명당 접종 건수에서 세계 100위권 밖이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뛰어난 화이자 등 mRNA 백신 수요가 높지만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일정상회담 후 화이자 백신 1억 회분을 추가 확보하면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직접 지원은 한국 군 55만 명에 대한 백신이 전부였다.

국내 기업이 모더나 등의 백신을 국내에서 대량 생산키로 했지만 한계가 많다. 생산 물량이 정해지지 않았고 국내 우선 공급도 보장되지 않았다. 백신 원재료는 물론 핵심 기술인 mRNA 기술이전 등도 포함되지 않았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한미정상회담 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술을 이전하겠다”고 말했지만 어떤 기술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모더나는 270개 이상의 mRNA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기술을 우리에게 넘겨줄지는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다. 다만 mRNA 등 핵심 기술을 이전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백신 전략이 드러났다. 미국 입장에서는 최소 백신 물량으로 최대 외교 효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군을 지목해 백신을 지원키로 한 것에도 한미 군사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백신 지식재산권 유예’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외교적 수사에 가깝다. 모더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대규모 생산 공장으로 활용하는 데는 동의했지만 핵심 기술 이전에서는 한 발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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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백신 주권’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국산화하지 못하면 해외 백신 개발 기업에 미래를 맡길 수밖에 없다. 언제든 수급 불안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백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한심한 수준이다. 미국 정부는 화이자에 19억 5,000만 달러, 노바백스에 15억 달러 등 천문학적인 자금을 백신 개발에 지원했다. 반면 우리 정부가 국내 백신 개발사에 지원했거나 지원하기로 한 금액은 지난해(490억 원)와 올해(687억 원) 2년간 1,177억 원에 불과하다. 오히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4일 국제 민간 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으로부터 2,000억 원을 추가 지원 받았다. 정부가 국내 5개 백신 개발 기업에 2년간 지원한 금액의 2배에 가깝다. 또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내 백신 개발 기업 제넥신(095700)에 임상 비용 지원과 대규모 선구매를 약속하며 초기 물량을 선점했다. 우리 정부가 선구매한 국내 백신은 하나도 없다. 이대로라면 국내 기업이 개발한 백신마저 해외에 빼앗길 판이다.

정부는 예산이 부족하고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이 같은 지원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백신 부자’ 미국의 사례를 눈앞에 보면서도 이런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에 허탈하기까지 하다. 백신은 “끝까지 지원하겠다”는 립서비스만으로 개발되지 않는다. 과감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 등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kmh204@sedaily.com

/김민형 기자 kmh204@sedaily.com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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