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에서 ‘원자력발전소 공동 수출’과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합의한 가운데 이번 회담 결과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계산된 조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경제·군사적 이익을 위한 합의라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이면에는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가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현지 시간) 한미정상회담 후 채택된 공동성명문은 “원전 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한 해외 원전 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켜나가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날 배포된 한미 파트너십 설명 자료에도 “우리는 상호 합의 가능한 시점에 한미 원자력고위급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한다”면서 한미 원전 동맹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미국과 ‘원자력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미국 측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미국이 원전 수주 강국으로 우뚝 선 중국과 러시아를 꺾고 원전 시장을 제패하기 위해 한국의 손을 맞잡았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원전 굴기’를 내세우며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원전 협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양국 원자력 협력 프로젝트인 중국 장쑤성 톈완 원전 및 랴오닝성 쉬다바오 원전의 착공식을 화상으로 참관하며 원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시 주석은 “원전 분야는 중러 양국의 협력 분야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범위가 넓은 영역”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두 국가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과 손잡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원전 설계 등에서 독보적인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은 원전 시공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단독으로 세계 원전 시장에 진출하자니 원가가 비싸 중국에 밀리기 때문에 우수한 시공 능력을 보유한 한국을 좋은 파트너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탈원전 정책을 펼치는 한국도 원전에서 탈피하면서 한국 원전 관계자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한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 완전 해제도 결국 중국에 대한 압박 의도가 내포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대 800㎞ 사거리 제한이 풀리면서 중국의 위협 등 유사시를 대비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져서다. 기존 800㎞ 사거리 제한 내에서도 중국을 겨냥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탄두의 무게를 줄이면 사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과 교수는 “탄두 중량만 줄이면 사거리는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인데 미국이 마치 큰 선물을 준 것처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 후 현지 브리핑에서 “미사일 지침에 관해서는 우리 정부가 폐기를 제의했다”며 “40여 년간 유지돼온 미사일 지침이 이제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 그 소명을 다하고 적실성을 상실했다는 데 대해 미국 측에 우리 입장을 이야기했고 미국도 이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