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경기 남양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후 숨진 90대 여성의 사망 원인은 '대동맥 박리'로 나타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이같은 사망 원인을 밝혔다.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내부가 파열돼 혈관 벽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그러나 백신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25일 연합뉴스에 "지난 22일 오후 경찰서에 갔는데, 국과수 부검 결과 어머니의 사망 원인이 '고혈압 약 지속적 복용으로 인한 대동맥 박리'로 나왔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90세 나이가 무색하게 건강했던 어머니가 하필 백신 접종 후 2시간 40분 만에 돌아가셨다"며 "어머니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방역수칙을 누구보다 잘 지키고 백신도 맞았는데 결국 고인이 됐다"고 호소했다.
◇ 백신 접종 후 2시간 40분 만에 사망
A(90·여)씨는 지난달 23일 낮 12시 37분께 남양주시 진접체육문화센터에 설치된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둘째 아들(61)이 동행했고 접종 전 문진 때 고혈압 약을 먹는다고 얘기했다. A씨는 3년 전 고혈압 약을 하루 1알씩 복용하기 시작했으며 1년 전부터는 증상이 호전돼 복용량을 반 알로 줄였다.
접종을 마친 A씨는 기다리던 택시가 오지 않아 아들에게 버스를 타자고 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내려 A씨는 평소처럼 단지 내 노인정으로 향했고, 아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아들은 오후 2시 16분께 A씨의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아들에게 가슴이 옥죄고 머리 등 전신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접종 후 받은 안내문에 같은 증상이 있어 119에 신고했다. 119 구급대가 도착하자 A씨는 스스로 걸어 구급차에 탔고 대화도 했다. 병원 도착 약 5분 전 함께 탄 아들이 구급대원에게 신원을 말하는 사이 갑자기 A씨는 발작을 일으켰고 심장도 멎었다. 병원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 등 20분가량 응급처치가 진행됐으나 A씨는 오후 3시 15분 숨을 거뒀다. 백신 접종 후 약 2시간 40분 만이다. 담당 의사는 나흘 뒤인 27일 질병관리청 시스템에 '예방접종 후 상세 불명 심정지'로 보고했고 보건당국은 A씨의 사망과 백신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 "지침상 고혈압은 접종 제외 대상 아냐"
국과수는 한 달 만에 A씨의 사망 원인이 '고혈압 약 지속적 복용으로 인한 대동맥 박리'라는 소견을 내놓았다. A씨의 여러 장기에 피가 고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신이 대동맥 박리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지침상 고혈압은 접종 제외 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한 대학교수가 페이스북에 "83세인 아버지가 화이자 백신을 맞고 5일 뒤 가슴 통증을 호소했고, 병원에서 '대동맥 박리' 진단을 받고 수술했으나 현재까지 의식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 교수의 아버지도 A씨처럼 고혈압 약을 처방받은 기록이 있다. 대동맥 질환 전문가인 의정부성모병원 정성철 흉부외과 교수는 "연간 인구 10만 명당 5명이 대동맥 박리로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대동맥 박리 환자의 80%는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을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A씨의 유족은 정부에 보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정부는 매월 15일 심의를 거쳐 보상 여부를 결정한다. A씨의 유족은 "백신을 맞지 않았어도 어머니가 대동맥 박리로 돌아가셨을지 의문"이라며 "몇 시간 전까지 건강하셨던 분이 없던 질환 때문에 고인이 됐다고 하니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