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반도체·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특별법 만으로는 산업 육성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별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화학물질관리법·국토법·노동법·중대재해법 등 신속한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당장 반도체 공장만 해도 신규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의 제약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지 확보에서 국토법 시행령은 1차적인 걸림돌이다. 반도체 업종은 특성상 화학물질 사용 과정에서 지정 폐기물이 배출되는데 이 때문에 자연녹지지역에서의 공장 신·증설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외부로 유출될 우려가 없는 지정 폐기물 보관 시설을 구비하거나 폐기물을 전략 위탁하는 경우 자연녹지지역에서도 공장 신·증설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관법 역시 주요 산업의 신속한 공장 가동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유해 화학물질 취급 시설 신·증설 시 설치 검사 결과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설치 검사에만 5~9개월이 걸린다. 글로벌 기술 전쟁터에서 ‘속도가 생명’인 반도체 기업에는 치명적인 규제인 셈이다.
아울러 2018년부터 시행된 주 52시간은 기업 R&D의 장애 요인이다. 연장 근로 인가 및 승인 절차가 복잡하고 업무 처리에도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는 R&D 등 부득이한 사유로 특별 연장 근로가 필요할 경우 일정 기간 특별 연장 근로에 대한 자동 인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한다. 재계 관계자는 “적절한 타이밍에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인센티브를 비롯해 신속한 행정적 인프라 지원이 필수적인데 국내 행정절차는 여전히 후진적”이라고 꼬집었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지원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원격의료, 빅데이터, 소형 원자로 등 미래 사업 전반에 대한 특별법 또는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의료 확대가 전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우리는 이와 관련한 규제 완화가 여전히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자원 전쟁 속 기간산업의 소재 확보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리튬·니켈 등 핵심 소재를 확보하기 위한 민간의 해외 광물자원 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자원 개발에 다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