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재건을 꿈꿨던 박삼구 전 금호 회장(사진)이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에 발목 잡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결과, 그룹차원에서 박 전 회장의 경영권 회복 프로젝트가 가동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민형 부장검사)는 26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배임) 등 혐의로 박 전 회장을 구속기소 했다. 범행에 가담한 윤모 전 전략경영실 기획재무담당 상무, 박모 전략경영실장, 김모 전략경영실 기획재무담당 상무도 불구속 기소했다. 금호산업도 공정거래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그룹 재건의 핵심 축이자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인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전략경영실 등 그룹 수뇌부가 이러한 작업에 깊숙하게 관여한 된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10월 채권단으로부터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인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설립한다. 같은 해 12월 금호기업은 금호산업 지분을 6,700억원에 인수한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금호그룹이 이 같은 자금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는 계열사 간 부당지원이 있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12월 금호터미널 등 4개 계열사의 자금 총 3,300억원을 마치 정상적인 차입거래로 가장한 뒤 금호기업에 몰아줘 금호산업 인수자금으로 사용한 혐의(특경법상 횡령)를 받는다.
또 2016년 4월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우량회사인 금호터미널 지분을 2700억원에 헐값 매각한 혐의(특경법상 횡령)도 적용됐다. 또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까지 금호산업 등 9개 계열사에 대해 담보 없이 낮은 이자로 1306억원을 금호기업에 지원하도록 지시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도 있다. 같은 시기에 스위스의 게이트그룹이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하는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게이트그룹 계열사에 저가(1,333억원)에 넘긴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및 특경법상 배임)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자금이 지원된 금호산업은 대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신용상태인데도, 다른 계열사들과 함께 유리한 조건으로 금호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며 “당시 시중금리와 비교해보더라도 부당지원인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내식 사업과 관련해서도 정상적인 사업권 매각이 아닌 특정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부당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들이 다수 확보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횡령, 배임에 의한 계열사들의 구체적인 피해 금액에 대해서는 재판 과정에서 밝히기로 했다. 박 전 회장은 먼저 구속기소 된 윤 전 상무의 증거인멸 범행 혐의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은 “공모관계에 이를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