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땅을 인류 역사의 중심으로 만들려는 중국인들의 노력이 안타까울 정도다. 50만 년 전의 ‘베이징 원인(호모 에렉투스)’을 강조하며 중국이 독자적인 인류사적 기원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중국 역사공정의 최초 단계인 이른바 ‘고고학공정’이다.
중국은 베이징 원인의 유적지와 박물관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면서 선전 도구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고학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역대로 권위주의 정권의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저우커우뎬박물관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베이징인(北京人·북경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다만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사실은 아니다. 호모 에렉투스는 중간에 멸종하고 새로운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났다.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에렉투스는 다른 종이라는 것이 고고학계의 중론이다. 현대 중국인은 호모 사피엔스 계통으로 이는 유전자 검사에서도 증명이 됐다. 호모 사피엔스 유물은 세계 전역에서 골고루 발견되고 있다.
중국식 주장의 한계는 베이징 원인의 실제 유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더 부각된다. 페이원중이 발견한 핵심 유물인 50만 년 전 두개골 화석은 중일전쟁 과정에서 사라지고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간간이 “어디에 숨겨져 있다”는 소식이 나오지만 모두 근거 없음으로 나타났다.
중국 한족의 기원을 중원 지역(현재의 황허 연안의 시안 주변)이라고 보던 전통적 관념이 중화인민공화국 이후에는 다원론으로 급전환했다. 여러 기원이 합쳐서 이른바 ‘중화민족’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황하문명과 함께 만주의 홍산문명, 양쯔강 하류 양저문명에 더해 최근에 재발견된 양쯔강 상류의 삼성퇴문명까지 모두 중국 문명이라는 주장이다. 현재의 중국 영토 안에 있는 역사는 모두 중국 역사라는 주장의 첫 페이지다.
중원의 원래 중국인들이 다른 지역을 정복해 통합했다고 설명하면 간단한 것을 복잡한 다원론을 전개하는 셈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