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22)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례적으로 중간 수사 상황을 시민에게 공개했지만, 여전히 ‘A씨 범인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이 제기한 의혹 중 확인 가능한 부분에 대해 자료집까지 준비하며 의혹을 해소하려 했지만, 실패한 셈이다.
한강에서 술을 마시고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손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7일 서울경찰청에서 중간 수사 상황을 발표했다. 그간 경찰은 수차례 비공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손씨 관련 의혹 해소에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네티즌과 손씨 아버지를 중심으로 계속해 무수한 의혹이 제기되는 것과 동시에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A씨에 대한 경찰의 조사가 미흡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에 경찰은 그간의 수사상황을 정리해 발표하는 것과 동시에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도 게시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경찰의 의혹 해소 노력에도 경찰을 향한 불신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손씨 아버지 손현씨는 경찰의 브리핑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경찰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A씨를 태운 택시기사가 뒷좌석이 젖어있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에 대해서는 “물속에 들어간 것을 확인해줄 신발을 버렸는데, 그 얘기는 빼고 세차 얘기만 있다”며 “택시 탔을 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고 세차를 바로 했을 거 같지 않은데, 참으로 간단히 설명한다”며 반박했다.
오히려 ‘손씨가 물을 무서워 해 스스로 물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손씨가 해외 해변 물속에서 촬영한 사진, 국내에서 물놀이하는 영상 등도 확보했다”고 밝히자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물놀이 하는 영상을 확보했다는 점만으로는 손씨가 물을 무서워한다는 점을 규명해내기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아버지 손현씨는 13도의 날씨에 한강에 스스로 들어갈리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손씨 사건에 강력팀 7개 전원을 투입해 수사하는 서초서를 향한 불신의 시선도 강해지고 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의혹에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지난해 서초서 지휘라인은 이 차관이 유력 인사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으나, 서초서장과 형사과장이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현재 낚시꾼들이 한 남성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점과 관련해 해당 남성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사라진 A씨의 휴대전화를 찾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물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신원이 손씨로 확인돼도 ‘A씨 범인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손씨 사건 검찰로 수사전환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현재 5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은 상태다. 청원인은 “이대로 실족사로 마무리한다면 전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땅에 정의가 남아있다면 검찰이 수사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