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하반기 상장을 본격화하면서 기업가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외 시장에서는 10조 원의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건설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 성적이 높은 몸값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상장 주관사들과 킥오프 미팅을 개최했다.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골드만삭스는 현대엔지니어링 주요 임원 및 관계자들에게 상장을 위한 앞으로의 방향성과 향후 주의해야 할 점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 몸값에도 관심이 쏠린다. 장외 시장에서 31일 기준 주가는 주당 130만 원으로 기업가치는 9조8,739억 원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6조~7조 원 정도가 적정 몸값이라는 분석이 있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 상장이 결정될지 알 수 없지만 사측은 구주매출을 통해 조(兆) 단위의 실탄을 손에 쥘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몸값이 치솟은 배경에는 탄탄한 재무 성적표가 있다.제조업 마인드인 현대자동차그룹 산하에서 2016년부터 꾸준히 재무 성적을 개선해온 것이 빛을 보고 있다. 실제로 시공 능력평가 7위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기업 중 재무 상태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이 최고 수준이거나 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우선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얼마나 갚는지를 알 수 있는 이자보상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10배다. 이자를 9억3,000만 원만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64배에서 더 개선됐다. 같은 그룹의 현대건설이 13.3배이고 재무 상태가 양호한 업계 경쟁사 DL이엔씨(22.9배)나 HDC현대산업개발(13.8배)과도 차이가 많이 난다. GS건설(7.9배), 대우건설(5.3배) 등은 한자리에 머물렀다. 이자비용을 덜 내고 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대출로 자금을 조달해 대규모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같은 맥락에서 부채비율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은 66.8%로 대우건설(243.5%)이나 포스코건설(219%) 및 현대건설(105.2%) 보다도 양호하다. 상장을 추진 중인 SK에코플랜트의 부채비율이 402%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이익잉여금은 2조2,910억 원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 성적표는 장기간 현대차그룹의 재무통들이 실력을 발휘한 결과라는 평가다. 2011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되고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 이후부터 현대차 재무통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재경본부장(CFO)을 맡아왔다. 2014년부터 2019년 도신규 전무까지 비교적 짧은 시기에 5명이 거쳐갔다. 2016년부터는 제조업인 현대차그룹 특유의 문화가 반영, 공사 수금 계획을 전반적으로 타이트하게 잡았고 매출·미청구채권 회수 기간이 짧아지는 등 관련 지표가 개선되기도 했다.
물론 한계도 있다. 몸값 10조 원을 맞추려면 영업이익을 더 내야 한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5.8%(매출 1조7524억원, 영업이익 1,029억 원)로 HDC현대산업개발(17%), GS건설(8.7%), 대우건설(6.86%) 보다는 낮은 편이다. 현대건설(4.84%)보다는 높다. 코로나19 여파인지 지난해 영업이익(2,587억 원)이 전년대비 36% 가량 급감했지만 올해 1분기 만에 전년 영업익의 절반 수준을 기록한 점은 고무적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연간 영업익(4,116억 원)으로 건설업 평균 PER(8.87배)을 적용해보면 시총은 약 3조5,480억 정도에 머문다. 삼성엔지니어링(PER 10배) 정도를 적용하면 4조 원이 된다. 10조 원이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익을 올해 내야한다.
업계에서는 향후 GBC 건설 프로젝트를 포함해 대규모 사업이 많은 점도 강점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 선정 당시 기업가치 높게 거론된 것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대우건설 인수전이 흥행한다면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