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개 행보를 시작하면서 야권 내에서 견제 발언과 지원 사격이 뒤섞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을 향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부터 공개 비판에 나섰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4일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6일 전해졌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검찰을 떠난 직후인 지난 3월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이 급등하자 “별의 순간을 잘 잡은 것 같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100% 확신할 수 있는 후보가 있으면 도우려고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윤 전 총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윤 전 총장이 지난 5일 현충원을 참배하며 사실상 공개 행보에 들어가자 김 전 위원장의 견제 발언이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윤 전 총장에 대해 “장모 건이 형사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 덮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도 “그게 아니라면 그(의혹 제기)에 맞는 정치적 해석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견제 발언이 이어지자 또 다른 당권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이 나서 “최근 김 전 위원장과 이 후보의 발언을 종합했을 때 매우 우려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이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발언들을 지적하며 “사실상 윤 전 총장을 야권 대선 후보군에서 배제한 것”이라며 “이래서는 필패다. 분열은 정권교체 폭망의 지름길”이라 비판했다. 이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의 편 가르기로는 절대 야권 대선 단일 후보를 만들 수 없다”며 “윤 전 총장뿐만 아니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야권 대선주자 그 누구든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고 다 함께 같은 경선을 뛰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4선 경력의 김영환 전 의원도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대한민국에서는 검사 나부랭이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김 전 의원은 “오랫동안 김 전 위원장을 존경해 왔지만 어제 그 말씀과는 헤어져야겠다”며 “몇 달 전 ‘별의 순간’이 왔다고 하신 말씀은 어떻게 된 것인지”라고 되물었다. 이어 “다시 ‘40대의 경제 전문가’로 돌아가신 건가” “조금 더 나이가 젊으셨더라면…”이라고 덧붙였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