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제가 본격 도입되고 코로나19 사태에 근무시간 단축, 비대면 근무가 확대되고 있지만 전통적인 제조 중소기업은 여전히 달라진 근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아직도 주 52시간 근무에 대해 부서 간 이견이 종종 발생한다. 자동차 시트를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의 직원은 “회사에서는 주 52시간 준수를 공식화했지만 일부 부서에서는 52시간이 초과되는 상황이 되면 출퇴근 지문을 찍지 말라는 식으로 주 52시간을 넘어서 일을 하게 한다”며 제조 기업의 근로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이 같은 편법 행위는 다른 중소기업들에서도 흔한 일이다. 주로 야근 결재를 받아주지 않거나 야근을 하면 전날 8시간 근무했다는 서명을 요구하는 일, 심지어는 연봉 협상 시 연봉을 내리는 일들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 직원들 사이에는 주 52시간으로 야근 수당 같은 추가 수당이 사라졌다는 불만도 있다. 가정간편식(HMR) 제조 기업의 한 직원은 “예전에는 야근하면 수당과 별도 복지를 받았는데 52시간이라는 명목 아래 완전히 없어졌다”며 “일부 직원들은 가끔 추가 근무를 하면서 수당을 더 받고 싶어 하는데 이제는 회사가 주 52시간을 명분으로 각종 혜택을 줄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 52시간 도입으로 제조 기반 전통 중소기업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은 52시간제 도입으로 중소기업들에 총 3조 원가량의 인건비가 더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이 늘어나지 않았는데 비용은 더 늘어나니 직원들의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정보기술(IT) 서비스 중심 스타트업들은 주 52시간 근로제에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직방은 오프라인 사무실에 대한 개념을 없애고 가상 사무실 근무 체제를 도입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는 매주 월요일에는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인재 유치 경쟁이 너무 심하다 보니 주 52시간 등 작은 권리도 지키지 않으면 인력 이탈이 쉽게 발생한다”며 “서비스 중심 스타트업 경영진 입장에서는 인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보니 직원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