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7% 넘게 줄어 사상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정부 탈(脫) 석탄 정책과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산업생산량 감소 등이 맞물린 결과다.
8일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공개한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4,860만 톤으로 전년(6억9,950만 톤) 대비 7.3% 줄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18년 7억2,760만 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감소했다.
분야 별로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에너지 분야 배출량이 5억6,370만 톤으로 전년 대비 7.8% 줄었다. 특히 국내 발전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석탄 발전량이 지난해 196.5 TWh(테라와트시)로 전년 대비 13.6%나 줄어 배출량 감소를 이끌었다.
정부는 미세먼지 발생량이 많은 지난해 3월 석탄 발전소 28기를 가동 중지하는 한편 월 별 최대 49기의 화력 발전소에 대해 출력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석탄 설비 이용률을 61%까지 끌어내렸다. 반면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은 지난해 47.3 TWh로 같은 기간 9% 늘었다.
수송 부문에서도 전국 고속도로 교통량이 감소하고(16억6,600만대 → 16억1,400만대) 저공해차 보급이 늘면서 배출량이 410만 톤 줄었다. 이밖에 산업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지난해 4,740만 톤으로 전년 대비 7.1% 감소했다. 반면 축산 가스 등이 포함된 농업분야 배출량은 지난해 2,130만톤으로 같은 기간 1.2% 증가했고 폐기물 관련 배출량은 1,630만톤으로 제자리 걸음 했다.
다만 올해는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살아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에는 코로나 여파로 총 발전량과 화학제품·철강·시멘트 생산량 및 수송량 등이 모두 줄었지만 올해는 모두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 6종의 생산량은 지난해 3,032만4,000 톤에 그쳐 전년 대비 4.6% 줄었고 철강(조강) 생산량도 이 기간 생산량(4,871만5,000→4,626만1,000 톤)이 250만 톤 가까이 감소했다. 시멘트 생산도 지난해 3,880만9,000 톤으로 전년 대비 7% 넘게 줄었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이 줄기는 했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허수가 상당 부분 섞여 있는 셈이다.
물론 생산 공정에서 친환경 신기술을 적용하거나 저공해 차량 보급을 늘려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방안도 있지만 결국에는 발전 분야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단기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LNG는 다른 발전 연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데다 가격 변동 폭도 커 향후 국내 전기 요금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LNG 전환에 따라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감소하더라도 미세먼지는 크게 줄어들지 않아 국민들의 체감 효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오는 11월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더 상향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시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말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3,607만 톤까지 끌어 내리겠다고 유엔에 보고한 바 있으나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 등에 따라 이보다 더 낮은 목표치를 제출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존 굴뚝 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 없이 무리하게 그린 정책을 밀어붙이면 국내 제조업계와 관련 일자리가 모두 고사(枯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