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형사부 직접 수사 제한’을 골자로 한 법무부의 검찰 직제 개편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주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에서 ‘손 놓고 당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브레이크 없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만큼 김 총장의 행보가 결국 ‘쇼잉(보여주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찰청은 8일 김 총장 주재로 전날 열린 부장 회의에서 “법무부 조직 개편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대검이 총장이 주재한 부장 회의 결과를 외부에 전격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검은 “일선청 형사부의 직접 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직무, 검사장의 지휘권을 제한해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관 승인 부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법무부 직제 개편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대검은 조직 개편안에 대해 일선 검찰청 등의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지난달 31일 법무부에 보냈다. 김 총장도 취임 후 박 장관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직제 개편안에 대한 내부 의견을 전달했다. 검수완박의 완결판으로 꼽히는 법무부의 검찰 직제 개편안에 연이어 반대 목소리를 높인 셈이다.
김 총장이 재차 이날 ‘수용 불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사안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 공론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 총장은 지난 4일 단행된 검사장급 이상 고위직 인사에서 ‘패싱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취임 초기부터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구성원들이 강하게 거부하는 조직 개편마저 법무부의 의중대로 끌려갈 경우 ‘식물 총장’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내홍에 빠진 조직을 추스르고 여론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일단 법무부와 긴장 모드를 조성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조직 수장이 이 정도의 의사도 표명하지 않았다면 검찰 내부에서는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직제 개편안에 대한 검찰과 법무부의 입장 차이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총장이) 공개적인 주장을 통해 공론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양측의 대립이 서로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의도적인 연출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 총장은 강경한 발언으로 리더십을 회복하고 박 장관은 제도 개혁을 연착륙시킬 명분을 챙기는 식으로 ‘윈윈’을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장관이 대검 의견에 “상당히 세다. 법리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도 양측 사이 긴장감 고조를 위한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장관은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직제 개편안에 대해) 총장의 의견을 경청하겠지만 직접 수사 범위에 관해 인권 보호나 사법 통제가 자칫 훼손될 수 있는 정도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실무 선에서 어느 정도 양해가 된다면 (김 총장을) 굳이 뵐 필요는 없다”며 기존 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에는 법무부와 검찰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것이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검수완박 자체는 결국 청와대의 의지인 만큼 양보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직제 개편은 적당히 마무리 짓고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한 ‘중간 간부 물갈이’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직제 개편안은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며 “특수·인지 수사를 축소시키겠다는 직제 개편안 방향에 따라 다가올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는 특별 수사나 부패 수사를 했던 검사들이 좌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