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콜롬버스는 신대륙에서 금과 보물을 찾겠다며 대항해에 나섰다. 미지의 땅에 수많은 기회가 있으리라는 희망은 인간의 모험심을 자극했고, 망망대해에 배를 띄울 용기를 북돋았다. 21세기 인류는 지구 상에 실존하는 ‘어느 곳’이 아닌, 규정된 형태가 없고 그래서 어떤 형태라도 될 수 있는 기회의 땅에 주목한다. 우리는 그곳을 ‘메타버스’라고 부른다.
신간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는 메타버스의 개념부터 이 세계가 바꿀 미래의 모습까지 알기 쉽게 풀어낸 ‘메타버스 입문서’다. 메타버스는 추상·가공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다만 이 세계가 현실 세계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가상현실(VR)보다 더 진보된 개념이다. 닌텐도의 시뮬레이션 게임 ‘동물의 숲’은 메타버스의 대표적 예다. 사용자는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의 무인도에서 소일을 하고 다른 아바타들과 교류도 한다. 현실 세계와 동일하게 흘러가는 일종의 평행세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Z세대와 만나기 위해 ‘동물의 숲’ 안에서 선거 캠페인을 진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인기 래퍼 트래비스 스캇은 지난해 코로나 19로 대면 콘서트가 어려워지자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3일간 5번의 공연을 열었다. 콘서트에는 2,770만 명의 유저가 참여해고, 이 기간에 한 스트리밍 서비스 음원 매출만 30만 파운드가 넘었다. 가상의 유니버스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메타버스가 만들 새로운 미래의 핵심에는 ‘C세대’가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연령대를 지칭하는 C세대(Generation Corona)는 원격 수업·회의 프로그램에 익숙하고, 제페토(네이버가 운영하는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그것으로 교류하는 데 익숙하다. 저자는 “C세대는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에서 머물고 보내는 시간이 리얼 월드 오프라인보다 길어지는 최초의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한다. 가상경제의 대두도 주목해야 할 이슈다. 메타버스에는 자체적으로 통용되는 가상화폐가 있고, 그 세계에서의 생산과 노동, 디지털 재화의 매매·교환으로 시중에 돈이 유통된다.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 이 버추얼 이코노미는 점점 더 확장하고 있다.
책의 곳곳에 QR코드를 넣어 휴대폰을 갖다 대면 해당 예시와 관련된 영상이나 자료로 연결되도록 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교육·의료·일하는 방식 등 분야별로 메타버스가 가져올 변화를 짚고, 가상 경제와 관련한 이슈 및 한계도 상세하게 정리했다. 1만 7,0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