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오른 집값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두 번째 빠른 속도로 늘어난 가계부채가 국내 금융불균형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구 수 증가로 신규 주택 수요가 많아졌는데도 주택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집값 상승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결국 집값을 잡지 못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성장 잠재력까지 깎아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기 침체 장기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1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하고 ‘최근의 금융불균형 상황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금융불균형은 통상적으로 경제주체들의 위험 선호가 나타나면서 과도한 레버리지 확대와 자산가격 고평가 등을 말한다.
한은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이 소득 등 기초 구매력과 상당 폭 괴리됐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추정한 올해 1분기 수도권 지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0.4배로 사상 최고다. 지난해 2분기(8.6배)부터 전 고점이었던 2007년 1분기(8.6배)를 넘어섰다. 심지어 한동안 내림세를 보이던 지방마저 PIR이 4.9배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치였던 2017년 2분기(4.4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집값 상승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18년 말 91.8%에서 2020년 말 103.8%로 큰 폭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OECD 37개국 중에서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19년 이후 상승 폭은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한은은 금융불균형 누증 원인으로 주택수급에 대한 우려, 완화적 금융여건에 따른 수익추구와 위험선호 강화 등을 꼽았다. 혼인율 저하와 고령화 진전 등으로 1~2인 가구가 급증하는 등 전체 가구 수는 늘어났는데 아파트 입주 물량은 감소하면서 주택공급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 주택매입수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례적인 수준으로 완화된 금융여건이 투자 유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금융불균형이 장기적인 성장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비이론 등에 따르면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부채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 등 주요국을 분석했을 때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은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전성을 훼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불균형 누증 과정에서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의 자금 쏠림은 경기 변동성을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자산가격 거품, 부채 누적 등이 동반된 상황에서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하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기 진폭이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