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상승장 재개의 시험대로 평가받던 문턱들을 하나씩 넘어서고 있다.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큰 충격 없이 지나간 코스피가 미국발 인플레이션 공포에도 점차 내성이 강해지는 모습이다.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내던 외국인과 연기금의 매수 복귀 시도 역시 코스피에 긍정적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시 전고점에 바짝 다가선 코스피가 또 한 번 새 기록을 만들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68포인트(0.77%) 오른 3,249.32로 거래를 끝냈다.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인 전일 상승 마감을 한 코스피는 이틀 연속 강세장이었다. 종가 기준 최고치 3,252.12에 약 3포인트 차이다.
미국에서 불어온 훈풍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도리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사상 최고점을 넘어서는 등 미 증시는 강세장을 보였다.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덜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전망을 넘어선 물가 지표로 주식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경험은 일종의 예방주사 효과로 먹혔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럽에서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 또한 긍정적이었다.
미국 금리가 뚝 떨어진 것도 주목받고 있다. ‘나스닥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국내 증시에서 성장·기술주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먼 미래의 이익을 당겨와서 현 주식의 가치를 평가받는 성장주 입장에서 금리 인상은 악재로 다가온다. 이런 가운데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43%까지 떨어지자 SK하이닉스(000660)(4.07%)·카카오(035720)(1.50%)·LG화학(051910)(5.33%)·삼성SDI(006400)(4.59%) 등의 주가가 오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수급도 상승에 우호적이다. 6월 들어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로 돌아섰다. 이날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766억 원 규모로 샀다. 이달 들어서 총 5,760억 원 규모의 순매수다. 김경훈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개월여 만에 외국인 자금에서 첫 패시브 유입 신호가 나타났다”며 “유입 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좌수 증가 폭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매도를 쏟아내던 연기금 행보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날 연기금은 1,720억 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지난해 5월 19일 1,909억 원을 사들인 후 1년여 만에 최대치다.
물론 코스피가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올라섰다고 진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증시를 누르는 물가 압력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해석에서다. 이에 15~16일(현지 시간)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시장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 부양책 등이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이었다”면서 “하반기 중 부양 정책이 소진되거나 긴축 기조로 전환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