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우리 경제에 훈풍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체감 경기 회복은 아직 멀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지표로만 보면 냉골 같았던 경제 전반에 온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7% 성장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제시한 연 4% 대 성장이 충분히 가능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움츠러들었던 제조업 생산과 수출이 모두 살아난 덕분입니다. 5월 취업자 수도 전년 대비 61만9,000 명 늘어 두 달 연속 60만 명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기 회복이 반드시 반가운 것만은 아닙니다. 경기가 살아나고 공장 가동률과 운송률이 더불어 늘어나면 지구를 데우는 온실가스 배출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우리나라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이런 우려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공개한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4,860만 톤으로 전년(6억9,950만 톤) 대비 7.3% 줄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정부 탈(脫) 석탄 선언에 따른 석탄 발전 감소 덕분이지만 제조업 생산이 줄어든 것도 상당한 배출 감소 효과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 6종의 생산량은 지난해 3,032만4,000 톤에 그쳐 전년 대비 4.6% 줄었고 철강(조강) 생산량도 이 기간 생산량(4,871만5,000→4,626만1,000 톤)이 250만 톤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시멘트 생산도 지난해 3,880만9,000 톤으로 전년 대비 7% 넘게 줄었습니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든 데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 상당히 반영돼 있는 셈입니다.
또 수송 부문에서도 전국 고속도로 교통량이 감소하고(16억6,600만대 → 16억1,400만대) 저공해차 보급이 늘면서 배출량이 410만 톤 줄었습니다.
문제는 올해는 작년처럼 온실가스를 확 줄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전력공기업 사장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올 여름은 평년보다 무더울 것으로 예측되는데다 경제회복에 따른 산업생산 증가 등으로 전력수급여건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석탄 발전소 28기를 가동 중지하는 한편 월 별 최대 49기의 화력 발전소에 대해 출력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석탄 설비 이용률을 61%까지 끌어내렸는데 올해는 이처럼 강력한 석탄발전 중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생산 공정에서 친환경 신기술을 적용하거나 저공해 차량 보급을 늘려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방안도 있지만 결국에는 발전 분야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단기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그러나 LNG는 다른 발전 연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데다 가격 변동 폭도 커 향후 국내 전기 요금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 LNG 전환에 따라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감소하더라도 미세먼지는 크게 줄어들지 않아 국민들의 체감 효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올해는 온실가스 배출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래저래 올 여름은 더 무더워질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