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폭염이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 등을 키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후 변화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잇단 자연 재해가 일어나는 등 다양한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발표 내용에 관심이 집중된다.
문진영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단독저자)가 지난해 3월까지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36편의 폭염 및 당뇨병 관련 연구 결과를 메타 분석한 결과 폭염 기간 동안 당뇨병 환자의 사망 위험과 이환 위험(병원 내원율)은 폭염이 아닌 기간의 사망·이환 위험 대비 각각 1.18배, 1.10배 컸다.
특히 폭염 기간이 10일 이상 지속될 경우 10일 미만보다 사망 위험이 1.25배 컸고 최고 기온이 40도 이상일 경우 40도 미만보다 이환 위험이 1.22배 큰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은 심혈관·호흡기·비뇨기 질환 등으로 우리 몸에 심각한 건강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폭염으로 수분이 많이 빠져 나가면 혈장량이 줄어들고 혈당 수치가 높아져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자율 신경계 합병증으로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주의가 필요하다. 또 평소 혈당 조절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더운 날 운동하게 되면 탈수가 쉽게 오고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할 위험이 있다. 당뇨병 환자는 폭염 기간 폭염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탈수를 막기 위해 물을 충분히 마시고 당도가 높은 과일이나 음료수는 피하는 게 좋다.
폭염이 미치는 부정적 건강 영향은 기존에도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환경 의학에서 쓰이는 통상적인 복잡하고 상이한 통계 분석법으로 인해 메타 분석을 시행하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문 전공의는 여러 기준별로 체계적으로 분류해 하위 그룹 분석을 시행했고 하위 그룹 분석에서 유의한 결과를 보이는 인자를 찾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폭염 기간 당뇨병 환자의 사망 위험과 이환 위험이 커짐을 객관적 수치로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전공의는 “이번 연구를 비롯해 기후 변화의 건강 위험과 관련된 주제로 여러 연구 결과가 누적되면 폭염 기간에 사망률과 이환율을 낮추기 위한 선제적 보건학적 예방 정책이 실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리서치(Environmental Research)’ 4월호에 게재됐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