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친부에 살해된 6세 소녀…실종 44일 만에 수심 1,000m서 발견

스페인서 두 딸 살해 뒤 극단 선택한 친부…한살 여동생은 수색 중

전국서 가정폭력 중단 시위 확산…여성·아이 등 1,000여명 거리로

지난 4월 말 스페인에서 아버지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매 올리비아(왼쪽)와 안나. /스페인 실종수사대 제공지난 4월 말 스페인에서 아버지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매 올리비아(왼쪽)와 안나. /스페인 실종수사대 제공




스페인에서 아버지에게 살해된 어린 두 딸의 시신을 찾는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현지 수사판사는 자매의 친아버지 토마스 기메노 짐머만(37)이 두 아이를 살해해 엄마인 베아트리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겼다”고 말했다. 올리비아의 주검은 바다속 닻에 연결된 봉지 안에서 발견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 사건으로 온나라가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수도 마드리드를 비롯해 전국의 많은 도시에서는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인형과 장난감 등을 들고 거리로 나와 가정폭력을 끝내자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매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4월 27일이었다. 아버지 토마스가 저녁을 자매와 함께 보내겠다며 데려간 뒤 세 사람 모두 실종됐다. 스페인 민간경비대는 그 역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2일 수사판사실이 배포한 아홉쪽의 보고서에 따르면 토마스가 두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수사 결론이 내려졌다.

11일 스페인 테네리페에서 어린이들이 실종된 소녀들을 추모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팻말과 인형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11일 스페인 테네리페에서 어린이들이 실종된 소녀들을 추모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팻말과 인형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부부는 10대 시절 처음 만나 결혼한 뒤 두 딸을 키워왔지만 지난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덮치면서 헤어졌다. 둘 다 새 짝을 만났으나 전 남편이 전 부인에게 “공격적이거나 모략하는” 메시지를 자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가 실종 전 부모 집에 자신의 반려견, 핀(pin) 번호가 적힌 은행 카드들, 자동차 열쇠들을 남긴 것으로 보아 작정을 하고 딸들을 죽이고 자신 역시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수사판사는 판단했다. 그는 새 여자친구에게도 현금 6,200 유로(약 840만원)와 작별을 고하는 편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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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실종 신고가 되었던 날 토마스는 자신의 집에서 딸들을 살해한 뒤 자동차를 이용해 항구로 시신을 옮겼다. 이후 테네리페섬 앞바다로 보트를 몰고 나가 밤 10시 30분쯤 주검이 담긴 봉지들에 무거운 것을 매달아 밤바다에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서에는 그가 “모든 것을 분명하지 않게 만들어 딸들의 주검이 드러나지 않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는 결코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면서 “그는 전 부인은 물론 친척들에게도 자매를 데려가니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다음날 저녁 그의 보트는 표류한 채로 발견됐다. 애나의 카시트도 물위에 떠있었다. 올리비아의 주검이 들어 있는 봉지가 발견된 것은 44일이 지난 뒤 수심 1,000m 지점에서였다. 옆의 다른 봉지는 비어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11일 스페인 테네리페에서 실종된 소녀들을 추모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팻말들 든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11일 스페인 테네리페에서 실종된 소녀들을 추모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팻말들 든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엄마 베아트리스는 13일 성명을 발표해 “무고한 자기 아이들을 살해한 것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괴물같은 짓”이라면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으며 견디기 힘들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이들을 추모하는 일뿐이다. 아이들의 목숨을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이 정신을 나가게 한다. 살해되는 순간 옆에서 손을 잡고 함께 죽었더라면 좋았겠다 생각한다. 토마스는 내가 평생 아이들을 찾기 위해 고통받길 원했기 때문”이라며 오열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샌타크루스 드 테네리페에서 진행된 시위 현장에는 어린이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지난 11일 시위에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한 어린 소녀가 든 팻말에는 “우리를 죽이지 말라”고 적혀 있었다고 일간 엘 파이스가 전했다. 2013년 이후 스페인에서는 39명의 미성년자가 아버지, 어머니의 파트너에게 살해됐다고 정부는 밝혔다. 올해에만 벌써 19명의 여성이 젠더 폭력에 희생됐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박신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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