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정 자립’ 요원한 지자체의 현금 살포 매표 경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통합 재정 개요’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자체의 평균 재정 자립도는 올해 48.7%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53.7%, 지난해 50.4% 등으로 매년 나빠지고 있다. 전체의 71%인 173개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30% 미만이고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25.9%(63곳)에 달한다.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가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7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뒤 처음이다. 재정 자립도는 지자체 재정에서 지방세 등 자체적으로 거둬들인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게 떨어졌다는 것은 지자체 스스로 살림살이를 꾸리기가 팍팍해졌다는 의미다.



곳간 사정이 열악한데도 많은 지자체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금 살포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재정 자립도가 14.9%에 불과한 경남 고성군은 올해부터 13~18세 청소년에게 편의점 등에서 활용 가능한 월 5만~7만 원의 바우처를 지원한다. 자립도가 18.2%인 부산 동구는 올해부터 첫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경우 20만 원의 축하금을 주기로 했다. 자립도가 18.2%인 대전 대덕구는 조례까지 제정해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에게 월 2만 원씩 용돈 수당을 주기로 했다. 그러잖아도 지자체가 현재 실시하는 현금 복지 사업이 2,000여 개에 달하지만 더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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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예산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는 처지인 지자체들이 선심성 현금 복지 정책을 펴는 것은 매표 행위나 다름없다. 내년 선거가 다가올수록 현금 뿌리기 경쟁은 노골화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등은 자치단체장의 선심 정책이 선거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혈세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 환심을 사려는 후보에게 현혹되지 말고 투표로 심판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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