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정청약 당첨자의 계약금을 시행사가 위약금 명목으로 몰취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판결이 항소심 법원에서 나왔다.
서울고법 제12-1민사부(재판장 윤종구 고등부장판사)는 부정청약 분양권 매수인 A씨가 시행사를 상대로 위약금의 반환을 요구한 항소심 재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위약금 조항이 약관설명의무의 면제 대상이라는 취지의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시행사가 위약금 조항에 대해 약관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위약금 조항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시행사는 분양권 매수인에게 위약금을 반환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급계약서의 위약금 조항이 특별히 부호나 색채, 굵고 큰 문자 등을 사용해 명확하고 알아보기 쉽게 표시되지 않고 작은 글씨로 인쇄됐기 때문에 통상적인 계약 당사자의 입장에서 인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춰 시행사가 위약금 몰취 조항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 2018년 10월 국토부가 아파트 부정청약 257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 분양계약 취소 조치를 요구하자 시행사는 부정청약 분양권을 취소하면서 계약금을 위약금 명목으로 분양 계약자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해당 사건을 대리한 문성준 법률사무소 한유 변호사는 “지방법원에 이어 상급법원에서도 ‘위약금 몰취는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옴에 따라 시행사의 부당 행위에 제동이 걸렸다”며 “부정청약의 경우 공급계약서 위약금 조항에 대해 구체적인 예시를 언급하면서 위약금 조항이 약관설명의무의 면제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사는 부정청약 분양권에 대한 강력한 단속 의지를 표명한 것에 편승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 했으나, 상급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며 “시행사가 주택법령 내용 등과는 달리 계약자로부터 위약금을 몰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분양계약서 조항은 일종의 부당한 갑질 행위”라고 지적했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