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조 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젠투펀드가 연기 시한으로 제시했던 1년의 만기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7월 운용사인 젠투파트너스는 만기가 도래한 펀드에 대해 1년간 환매를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국내 펀드 판매사들에 통보했다. 최다 금액인 4,000억 원의 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는 “환매가 상당 기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최근 고객들에게 알려 투자자들의 속앓이도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젠투펀드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1일 “(환매 연기 만기 시점인) 7월 9일 이후에도 ‘Gen2 DLS 신탁’의 환매가 상당 기간 중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하고 있으며 이런 내용을 고객들에게 안내해드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안내문을 가입자들에게 발송했다.
젠투파트너스는 한국계인 신기영 씨가 대표로 있는 홍콩 소재 운용사로 채권형 펀드를 만들어 국내 증권사를 통해 법인과 기관투자가들에 판매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로 자산 시장이 요동치고 투자자산 가격이 급변동하자 지난해 7월부터 도래한 펀드의 만기를 1년 연장한다고 판매사들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환매가 연기된 펀드 규모는 1조 125억 원으로 개인과 일반 법인을 합쳐 투자자는 729명(계좌 수 기준)에 달한다. 당시 젠투 측은 투자자들의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펀드 환매를 연장한다고 판매사들에 밝혔다. 그러나 판매사들은 젠투 운용사의 자산이 줄어들 경우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AUM(총자산) 트리거’ 조항 때문에 전체 펀드의 환매를 중단시킨 게 아니냐는 추정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번 안내문에서 “환매 중단 선언 이후 당사는 환매 재개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으나 실효성 있는 조치를 확보하지 못한 채 환매 중단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며 “운용사인 젠투는 환매 중단 기간 만료일이 며칠 남지 않은 안내문 발송일까지 환매 재개 움직임이 전혀 없고 환매 중단 연장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판매사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환매 재개 또는 연장에 대해 젠투파트너스 측이 어떠한 공식적인 방침도 밝히지 않고 있다”며 “펀드의 순자산 가치 등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정보를 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금융회사들은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젠투펀드를 재간접으로 운용한 국내 운용사 관계자는 “젠투 측이 국내 금융사로부터 연락은 받고 있지만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언제 어떻게 환매해줄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형사 조치와 관련해 법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환매가 중단된 지 1년이 넘었으나 펀드의 자산 가치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펀드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피해자 모임 측은 성명서를 통해 “언제 어떤 해결안이 제시될지도 모른 채 마냥 판매사와 금융감독원의 일방적인 처분만을 기다려야 하느냐”며 “한국투자증권과 동등하게 원금 100%를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경제는 젠투파트너스 측에 환매 재개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언론에 코멘트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