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정치 테마주 열풍에 웃는 '내부자들'

대선 앞두고 유력후보 테마주 기승

기업가치와 무관한 주가 급등 틈타

대원전선 오너 父子 111억 확보 등

대주주 차익실현·자사주 대거 처분

일부기업 과도한 잇속챙기기 '눈총'





차기 대통령 선거를 향한 일정이 본격화하며 유력 대권 후보들과 관련된 정치 테마주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력 후보와 학연·지연 등으로 엮일 경우 기업가치와 관계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해당 기업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 ‘내부자’들이 보란 듯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정치 테마주의 최대 수혜를 내부자들이 누리고 있다는 의미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서명환 대원전선(006340) 회장은 지난 21일 보유 주식 124만여 주 가운데 100만 주를 주당 3,307원에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서 회장은 대원전선 최대주주인 갑도물산의 지분 74.37%를 보유한 회사의 오너다. 서 회장의 아들인 서정석 전무도 이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300만 주를 매도했다. 주식 매각을 통해 두 사람이 벌어들인 현금은 111억 원에 이른다.



이들의 주식 처분은 최근 대원전선이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원전선은 5월 말까지만 해도 주가가 1,500원대였지만 사외이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약 2주 만에 3,555원까지 올랐다. 갑작스레 2배 이상 주가가 오르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고점 매도’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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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등 이른바 ‘내부자’들이 주가의 이상 급등을 틈타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경우는 이 밖에도 많았다. 성보화학(003080)의 경우 윤정선 대표이사 일가가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3월부터 일찌감치 ‘윤석열 테마주’에 편입돼 주가가 4,000원대에서 6,000원대까지 급등했다. 이에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친인척들이 3월부터 이달까지 12차례에 걸쳐 129만 5,000여 주에 이르는 지분을 매도해 약 75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대량의 주식을 팔아치운 탓에 지난해 말 기준으로 66%가 넘던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최근 58.48%까지 내려앉았다.

테마주 열풍에 올라탄 상장사들은 자사주 처분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특히 일부 상장사의 경우 자사주 처분을 통해 확보한 현금이 본업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일례로 최대주주인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테마주에 편입돼 올 3월부터 이달 초까지 10배 가까이 주가가 오른 NE능률(053290)의 경우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자사주를 처분해 약 173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서적 출판 업체인 NE능률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25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7배가 넘는 현금을 테마주 열풍 덕에 벌어들인 셈이다.이봉근 대표이사가 윤 전 총장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윤석열 테마주가 된 덕성(004830) 역시 비슷했다. 3월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설이 나온 후 주당 7,000원이 채 되지 않던 주가는 현재 2만 5,000원까지 올라왔다. 이에 덕성은 자사주 70만 주를 처분해 지난해 영업이익(56억 원)의 3배에 이르는 162억 6,700만 원의 현금을 챙겼다.

주가가 급등할 때 보유 주식이나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라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아무래도 곱지 않다. 최대주주 등 내부자의 대량 매도는 테마주 급락의 신호탄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소액주주들은 뒷전인 채 자기 이익만 우선 챙긴다는 ‘먹튀’ 논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원전선은 오너 일가의 주식 매도 소식이 알려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2.26% 하락해 3,000원 선이 무너졌다. 금융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내부자들이 대량 매도에 나선다는 것은 현 주가에 그만큼 거품이 끼어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신호”라며 “내부자의 대량 매도는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테마주 열풍에 올랐던 개인들이 고스란히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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