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선 연기를 둘러싼 여권의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주자의 동의가 없으면 변경이 어렵다”며 현행 유지 방침을 고수하자 ‘경선 연기파’는 최고 의결 기구인 당무위원회를 통한 부결 카드까지 거론하며 벼랑 끝 투쟁을 예고했다.
24일 민주당에 따르면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당무위원들은 위원회 소집 요구서를 돌려 정족수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5일 민주당 지도부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요구서 제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특별 당규 제21조는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일은 선관위 심의를 거쳐 당무위 의결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전 총리 측은 송 대표가 현행 유지 결정을 내릴 것을 대비해 별도의 당무위 소집 요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당무위원 78명의 인적 구성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조직 기반이 탄탄한 경선 연기파의 입김이 더 강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당내 주류인 친문 진영 역시 송 대표의 리더십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경선 연기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홍영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180일(전 후보 선출)이 원칙은 맞지만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변경할 수 있다는 것도 원칙”이라며 경선 연기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결정에 불복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경선 연기를 주장해온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선거일을 결정해도 당헌에 따르면 효력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헌·당규를 무시하면 당 대표가 직권남용을 저지른 것으로, 대표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내놓았다.
당 지도부는 예상치 못한 반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헌을 두고 출구 없는 ‘해석 투쟁’까지 벌어지면서 현재의 극한 대립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무위가 설사 열리더라도 당 최고위원회가 경선 연기 안건을 상정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면서도 “그렇게까지 하면 사실상 분당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한편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9월 말 10월 초’에 경선을 치르는 안도 절충안으로 거론된다. 예비 경선 기간이라도 충분히 확보하려면 현재와 같은 ‘9월 9일 후보 선출’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 측은 “원칙을 뒤집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채택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