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물량 내보내는데 한달, 재고는 산더미…피 마르는 中企

[부산항 물류대란]

"수출 자체가 사라질수도" 한숨

대금결제도 미뤄져 경영난 심각


화장품 친환경 용기를 영국으로 수출하는 A사 대표의 사무실에는 벌써 7월 달력이 붙어있다. 지난달에 만든 화장품 용기 수출이 이달이 아닌 7월 말이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최근 수출 물량 선적을 했는데 다음 선적 일정은 7월 말”이라며 “선적 가능 주기가 2~3주나 걸려 재고는 쌓이고 생산 일정도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건을 만들어도 보낼 수가 없으니 공장 기계도 절반만 가동한다. 운임비 역시 지난해 말 대비 3~4배 올랐고 핵심 원자재인 친환경 플라스틱 가격도 30% 넘게 폭등했는데 글로벌 화장품 기업을 상대로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항 적체 현상에 중소기업들의 수출 지연이 장기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전만 해도 수시로 수출 물량을 내보냈는데 이제는 짧으면 2주, 길면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선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소기업은 물건이 늦게 도착해 수출 대금 결제도 미뤄지면서 경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수출 지연 현상이 장기화할수록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빠르게 수출을 늘리던 기업들도 성장세가 꺾였다. 게이밍키보드, 컴퓨터 주변 기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B사는 지난해 수출 성장률이 전년 대비 150%에 육박할 정도로 해외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 하지만 올 1분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 성장에 그쳤다. 선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B사는 주요 수출 지역인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3~4배나 오른 물류비도 큰 부담이다. 수출 물량이 적거나 수출을 막 시작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물류비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도 쉽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수출 물량이 많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수출 물량이 적어 물류 대란이 장기화되면 수출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며 “구조적인 문제라 정부도 해결하기 힘든데 결국 수출 바우처 사업, 물류비 보조, 배 확보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호현 기자·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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