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와 중국 전기차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만 올해 상반기 약 2조 5,000억원이 몰렸다. ‘KODEX 2차 전지’에, 해외주식 중에는 ‘TIGER 중국 전기차ETF' 두 종목에만 1조 6,000억원의 뭉칫돈이 유입됐다. 수익률로 보면 원유, 철강, 베트남 ETF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반면 그간 시장의 주역이었던 대표지수형 ETF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테마형 ETF가 득세하고 대표지수형ETF는 힘을 잃었다.
◇2차전지 등 테마형 대세로…대표지수형은 부진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ETF는 2차 전지 테마형 ETF인 KODEX 2차전지산업 이었다. 국내 배터리 3사와 포스코케미칼 등 2차 전지 소재주를 담고 있는 이 상품에는 연초 이후 7,952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순유입액 2위 차지한 ETF 역시 전기차 테마형인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였다. 이 ETF는 중국, 홍콩, 미국 등지에 상장된 중국 전기차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중국 2차전지 기업 ‘CATL과 ‘EVE Energy’, 전기차 세계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인 ’BYD' 등을 담고 있다.
‘TIGER KRX2차전지K-뉴딜’과 'TIGER 2차전지테마'에도 각각 5,069억원, 3,833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전기차 관련 ETF 네 종목에만 2조4,677억원이 유입되며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국내 투자자들의 전기차 사랑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TIGER 200 IT’와 ‘KODEX 삼성그룹’ 등의 테마형 ETF도 5,710억원, 3,823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테마형 ETF의 강세를 이끌었다.
지수 하락에 강하게 베팅하는 ‘곱버스’에도 투자자가 몰린 점도 눈길을 끈다. 코스피200지수 하락률의 2배 수익을 내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는 올 상반기에만 7,7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채권 ETF인 ‘KODEX 단기채권 PLUS’와 ‘KBSTAR 국고채 3년선물인버스’에도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그간 ETF 시장을 견인해왔던 대표지수형은 ‘왕좌’를 내줬다. 국내 상장 ETF 중 순자산총액이 가장 큰 ‘KODEX200’은 올해만 2조2,537억원이 빠져나가며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ETF가 됐다. ‘TIGER MSCI Korea TR(-1조1,354억원)’과 ‘TIGER 200(-9,755억원)’, ‘KODEX MSCI Korea TR(-6,625억원)’ 등 대표지수 추종 ETF는 일제히 큰 폭의 자금 유출을 보였다.
김진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표지수 중심의 ETF 시장이 코로나 19 이후 언택트,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액티브 등 테마형 ETF가 출시되며 다변화가 이뤄지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원유·경기민감주 ‘수익률 톱’…바이오는 ‘낙제점’
코로나19 이후 급락했던 유가가 올 상반기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며 원유 ETF 들이 상반기 수익률 상위권을 석권했다.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이 연초 이후 수익률 72.5%로 국내 상장 ETF 중 가장 우수한 성과를 냈고, ‘TIGER 원유선물Enhanced(H)’ 과 'KODEX WTI원유선물(H), KODEX 미국S&P에너지(합성) 등이 뒤를 이었다.
상장사 업종별로는 운송과 철강 건설 등 산업재 ETF의 수익률이 돋보였다.
연초 이후 ‘KODEX 운송’은 50.8%, KODEX 철강은 44.2%의 성과를 냈다. TIGER 산업재(42.2%)와 KBSTAR 200 건설(39.9%) 등도 수익률이 우수했다.
반면 잇딴 임상 실패와 코로나19 종식 기대감 확산, 공매도 재개로 업종 전반의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바이오ETF는 일제히 수익률 하위권을 차지했다. TIGER 200 헬스케어(-18.3%)와 TIGER KRX 바이오K-뉴딜(-17.8%), KODEX 헬스케어 (-17.5%) 등이 모두 부진한 성과를 냈다.
ETF시장은 올 상반기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말 468개였던 국내 증시 상장 ETF 종목수는 이달 말 기준 483개로 늘었고, 같은 기간 순자산총액은 52조원에서 59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달말에는 순자산총액이 62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인해 일반 주식형 펀드·ELS(주가연계증권) 등 기존 금융 상품 시장 위축에 따른 반사수혜가 기대되는데다 퇴직연금에서 ETF 투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액티브 ETF 등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를 따르는 새로운 유형의 다양한 ETF의 출시와 함께 ETF 시장은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