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지난해 2월 호주 북동부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 전 세계에 한 마리뿐이라는 핑크색 쥐가오리가 카메라에 포착돼 해외 토픽에 올랐다. 이곳이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니모의 고향이어서 관심이 더 컸다. 사진을 찍은 핀란드 사진작가 크리스티안 레인은 “같은 높이에서 가오리와 마주할 때는 나에게 웃음을 보내는 듯했다”며 그 순간의 감동을 전했다.







‘대보초’라고도 불리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로 면적 20만 7,000㎢, 길이 2,000㎞에 이른다. 영화 속 장면처럼 물고기 1,500여 종과 연체동물 4,000여 종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은 산호초 숲을 이리저리 헤엄치며 산다.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생물도 많아 198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여기에 ‘니모’의 유명세까지 더해져 한 해 관광 수입이 5조 원을 넘을 정도로 대보초의 몸값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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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위기는 생태계 훼손으로 찾아왔다. 이례적 수온 상승으로 산호가 밝은 흰색을 띠는 백화현상이 빈발하면서 1995년 이후 절반가량의 산호가 폐사했다. 상황은 더 심각해져 5년 동안 세 차례의 대규모 백화현상이 생겼다. 이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19년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하라고 호주에 권고했다. 얼마 전에는 대보초를 ‘위험에 처한(in danger)’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할지 다음 달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등재가 결정되면 관광산업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과거에도 호주 정부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등재를 로비로 막으려다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

이번에는 호주가 중국의 정치적 의도를 구실로 유네스코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세계유산위 의장국이 중국이고 회의 장소도 중국 푸저우라는 이유에서다. 호주는 온실가스 배출에 소홀해 책임 논란에 휩싸였는데도 중국을 탓하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는 뭔가. 지난 4월 한중 외교장관 회담 장소가 대만 코앞인 중국 샤먼으로 잡혔는데도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미중 갈등 와중에 한중의 샤먼 회동은 정치적 노림수가 뻔하다.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했어야 했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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