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간 기싸움으로 표류했던 금호타이어의 광주공장 이전 계획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 공장 소재지인 광주광역시가 이전 대상 지역인 함평군에 요구했던 조건들을 철회하는 등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용섭 광주시장은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광주에 넓은 부지가 없고, 있더라도 사측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땅값이 비싸다는 제약이 있다”며 “빛그린 산단의 행정구역상 함평 쪽 부지가 적합하다는 방안이 나왔는데 송정역 부근 KTX 투자선도 지구 효율적 개발, 광주·전남 상생 차원에서 협의하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광주시 공장 이전 계획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는데 광주시는 KTX 광주송정역 역세권에 있는 현 공장의 관외 이전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기존 광주지역 산단에는 신공장을 수용할 수 있는 부지가 부족했다. 신규산단으로 옮기면 계획이 예상보다 5년 뒤로 밀리고 비용도 2~3배로 뛰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시대에 발맞춰 빠른 신공장 건설이 필요한 금호타이어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다.
금호타이어는 함평군 빛그린산업단지 2단계 내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분양가도 저렴한데다 무엇보다 신공장을 짓기에 충분한 부지가 확보돼 있어서다. 하지만 광주시는 지역 여론을 우려해 함평군에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보상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함평군이 경계를 조정해 두 행정구역 사이에 걸쳐있는 광주글로벌모터스를 광주시 관내로 편입해달라는 것이다. 함평군은 안 된다며 맞섰고 지자체 간 기싸움으로 해당 부지 이전 문제는 표류하는 듯 했다.
하지만 지자체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이슈화되자 광주시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금호타이어 노조의 찬성도 한몫 했다. 1972년 준공된 광주공장이 설비 노후화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 약화돼 공장 가동률이 저하돼 지속적인 고용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167만9,000본에 달했던 생산 실적은 지난해 924만본으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일자리도 2,579명에서 2,325명으로 감소했다. 현대차·기아, 벤츠, BMW 등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도 지속적인 신공장 건설을 요구해 왔다.
해당 부지의 빠른 개발은 광주시 입장에서도 윈윈이다. 광주시도 송정역세권 개발을 통해 도시경쟁력 향상 및 복합환승센터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 광주시는 그동안 내걸었던 대부분의 요건을 철회하는 대신 해당 부지 소유주인 금호타이어에 지가 상승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관계자는 “기업의 애로를 해결해 광주시와 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송정역세권의 개발로 약 10조3,000억원의 파급 효과와 함께 6만4,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알려졌다.
한숨을 돌린 금호타이어는 연내 이전부지 문제를 확정짓고 내년 착공, 2025년 광주공장 이전을 완료짓는다는 계획이다. 신공장을 통해 매출을 늘려 자금난을 해소하고 고용 정상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고용 확대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