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홀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이후 진짜 승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8차 연장까지 벌인 두 남자는 “경의를 표한다. 정말 잘 싸웠다”며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총상금 740만 달러)에서 우승을 다툰 해리스 잉글리시(32), 크레이머 히콕(29·이상 미국)의 이야기다. 잉글리시의 승리로 막을 내린 가운데 갤러리들은 둘 모두에게 박수를 보냈다.
28일(한국 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리버 하일랜즈 TPC(파70)에서 끝난 대회 최종 4라운드. 잉글리시는 합계 13언더파 267타로 히콕과 동타를 이룬 뒤 8차 연장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히콕을 따돌렸다. 잉글리시는 올해 1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제패 이후 약 5개월 만에 시즌 2승째이자 통산 4승째를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133만 2,000달러(약 15억 원)다.
잉글리시는 히콕에 2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5언더파(버디 6, 보기 1개)를 보태 동타를 이뤘다. 18번과 17번 홀(이상 파4)을 오가며 치른 연장전에서 둘은 몇 차례의 위기 속에서도 파 세이브를 이어가며 좀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지켜보는 이들도 애를 태웠다. 이미 통산 3승을 거둔 잉글리시보다는 첫 승을 노리는 히콕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현지 방송은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히콕의 가족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히콕의 버디 퍼트는 두 차례나 홀을 핥고 지나가기도 했다.
지난 1월에도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던 잉글리시는 노련했다. 8차 연장 18번 홀(파4)에서 맞은 약 5m의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잉글리시는 “힘겨운 승부였다.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줘 기쁘다”고 했다. 히콕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히콕은 PGA 투어 데뷔 이후 최고 성적과 가장 많은 상금(80만 6,600달러)을 받았다.
PGA 투어에서 8차 연장은 여섯 번째로 나온 역대 두 번째 최장 기록이다. 최장 기록은 1949년 모터시티 오픈의 11차 연장이다. 해가 질 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해 로이드 맹그럼과 캐리 미들코프의 공동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공동 선두로 출발해 이 대회 네 번째 우승을 노렸던 버바 왓슨(미국)은 막판 5개 홀에서 6타를 까먹으며 7언더파 공동 19위로 밀렸다. 2타 차 공동 6위로 최종일을 시작한 이경훈(30)은 10타를 잃어 2오버파 공동 73위로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