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을 우대하는 관행은 근대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됐다. 아버지의 권위를 이어받는 장남은 상속에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유럽의 귀족들 역시 11~12세기를 거치며 장자 상속제를 채택했다. 왕실에서 국왕의 권력이 장남을 통해 계승되는 것은 유럽이나 조선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균분 상속이 부활하면서 이후 장남 우대 상속은 사라져야 할 구시대 관습으로 남게 됐다.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조선 시대 상속의 역사를 담고 있다. 소개가 된 이야기는 16세기 대구의 한 양반가 장남의 가출 사건으로, 이항복의 '유연전'과 권득기의 '이생송원록' 등에 기록돼 있다. 실종 후 8년 만에 돌아온 장남과 그의 존재를 의심하는 가족들, 상속과 가계 계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장남의 부인과 남동생, 자형까지 이 사건에는 상속을 둘러싼 당대인의 욕망과 갈등, 관습과 제도가 응축돼 있다.
책은 조선 시대 상속제도의 변화를 비교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일찍 장자 상속을 선택한 유럽과 조선을 비교하고, 그것이 근대 사회로의 전환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살핀다. 2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