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배터리 사업부의 분할과 기업공개(IPO) 추진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주가가 급락 중이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하반기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사례를 떠올리면서 허탈해 하고 있다. 분할 여부와 방식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물적분할 뒤 상장을 추진할 경우 주주들은 배터리 사업을 간접 보유하게 되고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1일 오후 1시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전일 대비 8.29% 급락한 27만 1,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0.3% 소폭 상승한 29만 6,500원에 거래를 출발했지만 분할 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 중 9.3%까지 낙폭을 확대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스토리 데이’ 행사를 개최해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의 분사를 고려하고 밝혔다. 배터리와 석유개발 사업이 떨어져 나가면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순수 지주회사로 전환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SK종합화학·SK루브리컨츠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석유개발과 배터리는 자체 사업부의 형태로 있다.
명확한 성장 방향에 높은 가치를 인정 받았던 배터리와 석유개발 사업을 분사해 SK이노베이션이 순수 지주회사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 주가가 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사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이 이들의 지분을 모두 들고 있어 이론상 기업가치에 변화는 없지만 한국 증시에는 자회사의 지분 가치에는 30% 이상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지주사 할인’이라는 고질병이 존재한다. 또한 배터리 사업부의 분할이 상장을 위한 포석인 만큼 향후 IPO 이후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분이 축소된다는 점도 걱정 거리다. 지난해 9월 LG화학도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지주사 할인과 지분 희석 우려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분할 여부, 방법, 시기 등 어떤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분할을 위해선 시장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돼야 한다”며 “소액 주주와 기관 투자자들과 성장에 대한 논의가 먼저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주주가치 훼손 우려에 관련해 “배터리 분할 시 SK이노베이션은 거의 순수한 지주회사로 전환돼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강해질 것. 시장의 우려를 이해한다”며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으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를 초과하는 가치를 창출해내겠다"고 했다.
또한 분사 시점 고려 요소를 묻는 현장의 질문에 대해서는 “사업 확장 위한 조 단위의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분사는 빠를수록 좋다”, “분사를 위해서는 IPO 시점을 연계해 탄력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IPO는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을 시점이 적절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더불어 배터리 사업부의 나스닥 상장, 국내외 동시 상장도 선택지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LG화학 사례를 돌이켜보면 분할 결정 직후에는 주가가 빠졌지만 뒤에 상승이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조정은 단기적인 이벤트로 본다”며 “현재는 분사 확정이 아닌 검토 단계이며, 분할 뒤 IPO 계획이 나오게 되면 ‘지주사 할인’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