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EU 디지털 코로나19 증명서, 이른바 백신 여권이 공식 도입됐다. EU는 백신 여권으로 관광업을 살린다는 계획이었지만, 델타 변이 확산에 여권 도입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에서는 이날부터 백신 여권의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 여권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거나, 코로나19에서 감염됐다가 회복해 항체를 가진 EU 시민과 거주자에게 디지털이나 종이 형태로 발급된다. 원칙적으로 백신 여권 소지자는 EU 회원국과 스위스·아이슬란드·노르웨이·리히텐슈타인 사이를 오갈 때 격리 조치나 추가 검사에서 면제된다. 다만 각국은 자국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방역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백신 여권은 EU 역내 관광 산업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확산에 도입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프랑스와 독일은 영국에서 입국하는 입국자를 격리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 비율은 99%에 달한다. 게다가 유럽 전역에서 개최되고 있는 축구대회 ‘유로2020’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인되며 유럽 보건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에 유럽 각국은 백신 여권 도입에 따른 관광업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그리스 중앙은행은 올해 관광 수익이 2019년의 40%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전 예상치인 50%에서 10%포인트 낮춘 것이다. 포르투갈 역시 델타 변이 확산으로 관광업 회복에 제동이 걸려 최대 6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델타 변이가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백신 접종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도래할 가능성은 줄고 있다”면서도 “변이 확산으로 여전히 불확실성에 직면해있다”고 말했다. 관광업은 EU 국내총생산(GDP)의 10.3%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