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인돌2.0]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세요”

도봉도서관이 마련한

최은 영화평론가의 ‘원작과 함께 영화 읽기’

서울 세그루패션디자인고 학생들 대상으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해석하는 시간 가져

최은 영화평론가가 지난 30일 서울 세그루패션디자인고에서 열린 강의에서 영화를 통해 원작 ‘레미제라블’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최은 영화평론가가 지난 30일 서울 세그루패션디자인고에서 열린 강의에서 영화를 통해 원작 ‘레미제라블’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30일 서울 세그루패션디자인고등학교에서는 고전 문학 작품을 영화를 통해 해석하는 특별한 강좌가 열렸다. 도봉도서관이 지역 청소년의 인문학 사고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문학에 관심이 큰 도서반 학생들이 참석해 강의의 의미를 더했다.



강의를 맡은 영화평론가 최은씨는 이날 빅토르 위고(1802~1885)의 소설 ‘레미제라블(1862)’을 톰 후퍼 감독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2012)’을 통해 해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 평론가는 강의를 시작하며 “레미제라블이 어떤 내용인지 아나요”라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그의 질문에 학생들은 “장발장이 빵 훔치는 내용이잖아요”라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답했다. “여러분이 흔히 아는 장발장이 빵을 훔친 내용은 이 소설의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전체 내용 중 극히 일부분”이라고 설명한 최 평론가는 “레미제라블의 한글 번역본이 2,000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원작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해 학생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이어 작가 빅토르 위고에 대해 소개했다.

빅토르 위고는 낭만파 시인이자 소설가이면서 정치인이기도 했다. 그의 여든 살 생일을 임시 공휴일로 정하고 장례식에 200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추모할 정도로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최 평론가는 “레미제라블에는 이상과 낭만을 꿈꾸는 작가로서의 빅토르 위고의 모습과 세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이 주인공 장발장과 그를 끝까지 쫓는 자베르 경감을 통해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발장과 자베르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영화의 주요 부분을 보여주면서 학생들이 원작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배고픈 조카를 위해 빵을 훔쳐 수감된 장발장은 몇 번의 탈옥 시도로 형이 가중됐다. 19년간 감옥에 살다가 나온 장발장은 전과자라는 꼬리표로 어디에도 환영받지 못했다. 억울한 감옥살이로 증오와 분노가 가득했던 그는 성당의 은식기 세트를 훔쳐 달아나다 붙잡혔다. 그런 장발장에게 미카엘 주교는 은촛대 까지 쥐어 주는 자비와 용서를 베풀었다. 은촛대 일화로 큰 깨달음을 얻은 장발장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생명의 위협까지 무릅쓰며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나섰다. 인생의 어려운 선택의 고비가 찾아왔을 때 그는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라고 질문했다. ‘죄인이었지만 자비로 용서받은 사람’이라고 답을 찾은 장발장은 미카엘 주교가 그를 변화시킨 것처럼 자신도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세상의 정의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장발장을 끝까지 쫓는 자베르 경감은 교도소에서 태어나 자랐다. 부모가 모두 교도소에 수감 중인 범죄자였기 때문이다. 그가 보고 자란 사람은 법을 어긴자와 법을 수호하자의 두 부류가 전부였다. 결국 법을 수호하는 경감이 된 자베르에게 법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회 정의였다. 어떤 이유에서든 법을 어긴 장발장은 자베르에게 ‘사회 악’과 같은 존재였다.

관련기사



영화를 통해 장발장과 자베르에 대해 설명한 최 평론가는 이어 원작의 역사적 배경인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시대 상황과 1832년 ‘6월 봉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에는 대혁명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여전히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넘쳐나는 프랑스에 대해 ‘세상을 더 좋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빅토르 위고의 고민이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토르 위고는 극중 인물들을 통해 법은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한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한의 장치로 약자의 편에서 움직일 때 세상은 더 좋아 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던 빅토르 위고는 가난하게 죽은 사람들의 관을 짜는 일에 5만 파운드를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말한 최 평론가는 “여러분도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강의를 마무리 했다.

도봉도서관이 마련한 최 평론가의 ‘원작과 함께 영화 읽기’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원격 강의 등 비대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세그루패션디자인고 3학년 박솔이 양은 “고전 문학 작품을 영화를 통해 편하게 이야기 하듯이 설명해 이해하기가 쉬웠다”며 “작품의 배경이 된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 시간이었다”고 강의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2학년 김유리 양은 “장발장이라는 한 개인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정 세그루패션디자인고 사서 교사는 “문학작품을 영화로 접근해 학생들이 편하게 고전에 다가가고 흥미를 갖게 해준 유익한 강의였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이효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