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재개된 지 2개월이 지난 가운데 ‘외국인 쏠림’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규제 부담으로 거래를 대폭 축소하면서 외국인들이 주가 하락에 미치는 영향력은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2개월(5월 3일~7월 1일)간 유가증권·코스닥 공매도 거래 대금에서 외국인이 차지한 비중은 79.8%에 달했다. 지난 2020년 1~3월(55.1%)은 물론 2019년(62.8%), 2018년(67%)보다 급증한 것이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공매도 점유율은 큰 폭으로 내려갔다. 지난 2개월 사이 전체 공매도 거래 대금 중 기관투자가 비중은 18.4%에 달했다. 2018~2020년 공매도 거래 대금의 30~40%가 기관 몫이었음을 고려하면 국내 증권사·자산운용사가 공매도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의미다. 개인투자자의 점유율은 1.8%로 2019년(1.1%), 2020년(1.2%)보다는 늘었지만 여전히 시장 내 영향력은 미미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하자 공매도를 금지한 뒤 올 5월 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거래를 재개했다. 이와 동시에 외국인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겠다며 각종 규제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기관의 공매도 성향만 약화시킨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시장 조성자 공매도 제한, 대차거래 정보 5년 보관 의무화 등의 정책을 새로 도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에서 외국인 비중이 계속 높은 추세를 보인다면 가격 하방에 대해 외국인의 결정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