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공군 이 중사 최초통화자, 성추행 신고 대신 '녹취 삭제'

선임부사관, 피해자와 수차례 통화

직속상관 대대장도 녹취삭제 공모

군검찰, 선임부사관·대대장 기소

지난 6월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 모 중사 추모소에서 이 중사의 어머니가 이 중사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6월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 모 중사 추모소에서 이 중사의 어머니가 이 중사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군검찰 수사 결과,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모 중사가 생전 성추행 피해 사실을 가장 먼저 털어놨던 선임 부사관이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통화녹취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검찰은 직속상관인 대대장이 증거인멸을 함께 모의한 정황도 포착해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국방부 검찰단은 2일 20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 김 모 중령과 같은 대대 소속 김 모 중사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중사는 피해자 이 중사와 성추행 피해 당일인 3월 2일부터 5월 4일까지 여러 차례 통화하며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중사는 성추행 피해 사실 뿐 아니라 상관들의 2차 가해 상황도 털어놨던 것이다.



실제 최초 통화 사실과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는 최근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가장 믿고 소통하는 김 중사에게 전화해 본인이 피해를 입은 사항에 대해 전화로 얘기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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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중사는 당시 이 중사와 통화 내용 대부분을 휴대전화에 녹음해 저장했지만, 이를 즉각 신고하거나 상부에 보고하는 대신 피해자와 통화 내용 일부를 2차 가해 당사자들에게 알려준 정황도 포착됐다.

이후 김 중사는 이 중사 사망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국방부 합동수사가 시작되자 일부 녹취파일 등 증거를 삭제했다. 검찰단은 김 중사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파일이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검찰단은 정통대대장인 김 중령이 이런 정황을 알고도 오히려 김 중사 휴대전화에서 삭제 흔적을 없애려 하는 등 증거인멸을 모의한 정황도 확인했다. 검찰단이 대대장인 김 중령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를 정상적으로 조치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성실의무위반 징계혐의사실로 (공군본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징계 조치가 내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방부가 최근 고인이 근무한 제20전투비행단과 제15특수임무비행단 부대 내 성추행 피해 사실이 다수에게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 이 중사가 소속된 20비행단 정보통신대대의 절반에 가까운 47%(간부 25명 중 10명, 병 9명 중 6명)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또 15비행단에서 전대장급 간부가 피해 사실을 지휘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필요한 보호 조치도 하지 않았던 것을 국방부가 확인했다며, 15비행단 단장은 이 중사가 숨진 당일에야 피해 사실을 보고받은 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날 검찰단이 2명을 추가로 기소하면서 지난달 1일 합동수사 착수 이후 이날 현재 피의자 21명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군 관계자는 총 6명이 됐다.


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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