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정부 탓에 막힌 실명계좌…'빅 4' 제외 암호화폐 거래소 문닫을 판”

■제도화 문턱에 선 암호화폐 4대 쟁점은

뒤늦은 등록제, 특금법과 충돌

모호한 증권법 적용 여부 관심

자금세탁방지 기술적 난제도







암호화폐 시장이 제도권 진입 문턱 앞에 섰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실명 계좌 등을 발급받아 오는 9월까지 신고를 끝마친 거래소만 합법적으로 암호화폐 중개를 할 수 있게 된다. 정치권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등록·인가제 도입 법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 당국도 증권법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관련 쟁점을 어떻게 풀어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①“실명계좌 미발급 혼란, 정부 때문인데”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난맥상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 원을 넘어서자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는 폭탄 발언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가격 안정 효과는 컸다. 문제는 당시 정부 조치로 은행의 실명 계좌 발급이 뚝 끊겼다는 점이다. 업비트와 빗썸·코인원·코빗을 제외한 거래소는 실명 계좌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고, 시장도 ‘빅4’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후 3년이 흘렀고 오는 9월까지 실명 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는 거래소는 문을 닫아야 한다.

실명 계좌의 발급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10위권 내인 A 거래소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른바 ‘박상기의 난’ 이후 거래소들이 실명 계좌를 받고 싶어도 은행이 실명 계좌를 발급해주지 않았다”며 “결국 정부 덕분에 덩치가 커진 4대 거래소만 살아남게 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②뒤늦은 인가·등록제… 특금법 충돌 어떻게



숙제는 또 있다. 정치권에서는 뒤늦게 암호화폐거래소의 인가·등록제 도입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에 금융기관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이다. 현행 특금법의 규제 체계는 자금세탁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명 계좌를 발급하는 금융기관에 우회적으로 책임을 묻는 구조다. 은행이 실명 계좌 발급에 난색을 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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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암호화폐거래소는 정부에 업권 법인 인가·등록제 도입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 금융기관으로서 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 시세조종과 내부 정보 거래, 해킹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등의 투자자 보호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정부가 정치권에만 논의를 맡기고 특금법으로 이를 우회하다 보니 거래소 줄도산만 부추기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A 거래소의 CTO는 “당초 논의가 됐던 인가·등록제를 폐기하고 이를 특금법의 신고제로 바꾸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모호한 증권법 적용 여부도 명확히 해야


증권법 적용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증권형 토큰(STO)’이란 미래 수익이나 실물 자산 등에 대한 지분 권리를 부여하는 토큰을 말한다. 기초 자산에 연계되는 만큼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일반 코인이나 토큰과는 다르다. 하지만 코인을 기반으로 하는 토큰인 만큼 아직까지 국내에서 증권형 토큰이 발행된 사례는 없다.

금융 당국은 증권형 토큰에 한해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 관건은 어디까지를 증권으로 정의하느냐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일본에서는 증권형 토큰 관련 협회도 만들어졌다”며 “증권형 토큰 발행이 가능해지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획기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말했다.

④‘트래블룰’ 극복 가능한 문제일까


실명 계좌 발급의 가장 큰 장애물인 ‘자금이동규칙(트래블룰)’도 여전히 기술적 난제로 남아 있다. 트래블룰이란 코인 송금시 모든 거래인의 개인 정보를 의무적으로 파악하도록 하는 자금세탁 방지 관련 규칙이다. 3월 시행된 특금법에 포함됐지만 시행은 내년 3월까지 유예됐다. 업비트와 빗썸·코인원·코빗은 이와 관련한 합작법인을 만들어 올해까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송금인 확인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A 거래소의 CTO는 “해당 시스템을 구축해도 국내 코인 송금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지만 해외 송금은 확인할 수 없다”며 “결국 금융 당국이나 은행이 우려하는 자금세탁 방지에도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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