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재정준칙 달성 가능한가” 질문 던진 국제신평사 피치

재정건전성 관련 韓정부 의지 확인 나서

무디스는 "빚 더 늘면 신용등급에 부정적"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 신용 평가사 피치와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기획재정부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 신용 평가사 피치와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기획재정부




국제 신용 평가사인 피치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중기적으로 재정준칙을 달성할 수 있는지 물었다. 세계 각국이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풀었던 재정을 정상화하는 가운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5일(현지 시간) 제임스 매코맥 피치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 화상으로 만나 우리나라 국가 신용 등급 평가와 관련된 주요 관심사를 논의했다. 이번 면담은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피치 연례 협의의 일부다. 국제 신용 평가사 연례 협의로는 지난 3월 무디스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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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측이 중기적 재정준칙 달성 가능성에 대해 묻자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의 두 가지 기준인 국가 채무 비율과 통합재정수지를 여건에 따라 상호 보완적으로 조합해 운용할 수 있다”며 “재정준칙이 시행되는 오는 2025년에 준칙 준수를 담보하기 위해 선제적 총량 관리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가계 부채, 부동산 가격 등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에 대한 관리 노력을 강화해 리스크를 최소화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중기적인 재정 건전화 조치는 현재 국제 신용 평가사들의 최대 관심사다. 앞서 국제 신용 평가사 무디스의 크리스티안 드 구스만 한국 담당 이사는 서울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상황이 해결되면 우리는 정부가 재정 건전화와 부채 궤도 안정화를 약속하고 이를 지킬 능력이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중기적으로 재정 건전화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전망이 수반되지 않은 채 한국의 부채가 더욱 악화한다면 신용 등급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에 대해 피치는 네 번째로 높은 신용 등급인 AA-(안정적), 무디스는 세 번째로 높은 신용 등급인 Aa2(안정적)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기 재정 건전화 조치 이행 여부에 따라 한국의 신용 등급이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피치는 이미 지난해 3월 영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한 데 이어 캐나다·이탈리아·호주·홍콩 등의 신용 등급을 줄줄이 낮춘 바 있다. 해외 자본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는 우리 국가 신용 등급이 내려가면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기재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 총량 효과 및 관리 방안’에서 국세 수입 전망치를 크게 늘려 국가 채무 비율 전망치를 낮췄다. 이에 따르면 2024년 국세 수입은 581조 2,000억 원으로 지난해 9월 공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예상치보다 29조 원 늘어난다. 하지만 2024년까지 총지출은 그대로 유지해 국가 채무가 87조 7,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 결과 2024년 국가 채무 비율도 기존 59.7%에서 54.7%로 대폭 낮아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둔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기 위한 명분을 쌓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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