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이후 기소권 갈등을 빚어온 검찰과 공수처가 이번에는 ‘검사 비위 수사권’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공수처는 법령을 마련해 수사를 강행할 수 있다며 검찰을 압박했다. 검찰은 공수처의 방침이 사실상 월권 행위라며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수처는 6일 대검이 제출한 검사 비위의 이첩 기준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한 공수처법 취지에 반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검찰과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령을 마련해서라도 수사권을 확보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앞서 대검은 ‘공수처 이첩 대상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검토’ 문건을 작성해 공수처에 전달했다. 검사의 비위 사건이라도 불기소로 판단되면 검찰에서 자체 종결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공수처법 25조 2항은 검찰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혐의 있음을 확인한 경우’로 이첩 기준을 좁게 해석했다.
반면 공수처는 검찰이 검사 비위를 알게 된 경우 곧바로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검찰의 관행으로 이어져온 제 식구 감싸기를 막는 차원에서라도 공수처 이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갈등은 공수처가 검경에 해경, 국방부 검찰단까지 포함한 5자 협의체를 추진하자고 제안한 지난 5월이후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가 검찰을 압박하면 검찰이 다시 공수처의 방침이 무리하고 지적하는 식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두 수사기관이 협의해 최종 결과를 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이 되지 않으면 법무부 장관·행정안전부 장관·검찰총장·공수처장·경찰청장이 협의해 법령으로 정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혀 검찰을 자극했다.
김 처장의 발언처럼 공수처가 법령을 통해 이첩 기준을 정하면 대검이 마련한 예규는 하위법이라 효력을 상실한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검찰의 강경 자세를 계속 이어갈 경우 법무부와 직접 협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검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재 공수처는 직접 접수한 검사 등의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의 상당수를 검찰에 이첩하고 있다”며 “검찰이 이를 수사해 범죄 혐의가 발견되지 않는 사건들을 불기소처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결정이 있더라도 불복하거나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공수처에 고소·고발 등을 통해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 절차가 보장되어 있는 만큼 이른바 ‘제 식구 감싸기’ 등의 문제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