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 이야기의 형태를 가지고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신선한 여성 서사를 그려보자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드라마를 준비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두 엄마가 아이를 키우고, 여성들이 연대하는 이야기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지난달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마인’은 최근 나온 작품 가운데 특히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은 걸로 기억된다. 초반만 언뜻 보면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 정치싸움 같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숨겨뒀다. 각자의 서사와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얽히면서 블랙코미디, 미스터리, 휴먼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그 결과 마지막회에서 두 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한 데 이어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도 종영 2주가 넘도록 인기순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작품을 연출했던 이나정 감독은 서울경제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신선한 여성 서사와 연대가 후반부에 있기에 재벌가 배경의 기존 작품과는 확실히 다를 거란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흔한 통속극으로 보이는 것이 대중적으로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초반부터 각 잡고 여성 서사를 말하기보단 익숙한 이야기처럼 보이다가 서서히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때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덧붙였다. 극중 서사의 큰 기둥을 이루는 ‘카덴차 살인사건’을 둘러싼 미스테리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필요한 긴장감을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 드라마는 주 서사뿐 아니라 세세하게 들어갈수록 상류층의 삶을 표현하는 화려한 미장센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감독은 “눈과 귀가 호강하는 드라마를 만들어보려 했다”고 제작 과정을 돌아봤다. 상위 1%가 배경이기 때문에 제작진은 볼거리가 있되 식상하거나 산만하지 않게 하려 애썼다. 비주얼 부분에선 4개월간 프리 프로덕션을 거쳐, 비움과 채움을 확실히 선택함으로써 고급스러움을 드러내 부자들의 실제 느낌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고급스러움에 둘러싸여 살아갈 따름인 상류층의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엉망진창의 관계들, 공허한 욕망들, 모순적인 감정들을 아이러니하게 펼치려 했다”며 “그 안에 정말 중요한 나의 것을 찾는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마인’은 보고 있으면 이 감독이 ‘쌈, 마이웨이’, ‘좋아하면 울리는’, ‘눈길’ 같은 드라마를 연출했다는 게 쉽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전작들과 이질적이다. 다만 주요 인물이 매우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로 그려진다는 공통점은 있다. 그는 “주체적인 성격의 주인공들에게 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인’에서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살아나가는 서현(김서형 분)의 사랑과 희수(이보영 분)가 성장하는 모습엔 이 감독의 응원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