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비타소이






1997년 개봉한 홍콩 영화 ‘첨밀밀’에서 주인공을 맡은 여명과 장만옥이 홍콩 거리에서 나란히 병에 든 음료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장만옥은 우유, 여명은 두유를 마셨는데 홍콩 음료 제조사인 비타소이(Vitasoy) 제품이었다. 비타소이는 1940년 홍콩에서 설립된 음료 업체로 두유와 우유, 차, 과일 주스 등을 생산한다. 주력 상품인 두유 음료는 홍콩은 물론 중국 본토에서도 가장 유명한 브랜드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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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초창기에는 두유를 자전거로 직접 고객의 집에 배달했으나 1953년 냉장하지 않아도 수 개월 동안 실온 보관이 가능한 멸균 기술을 개발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 1990년대 이후 미국·호주·유럽 등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주력 시장은 중국 본토다. 비타소이는 1994년 중국 선전에 공장을 건립하며 본토 공략에 나섰다. 콩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비타소이 특유의 두유가 본토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약 75억 2,000만 홍콩달러(약 1조 1,000억 원)의 매출 가운데 3분의 2가 중국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중국 시장에서 잘나가던 비타소이가 최근 큰 난관에 직면했다. 중국 전역에서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발단은 비타소이의 50대 직원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었던 1일 홍콩에서 경찰을 흉기로 찌르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었다. 회사 측이 유족에게 보낸 애도 메모가 공개되고 그 직원 집에서 홍콩보안법을 비판하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알려지면서 중국 본토의 비타소이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슈퍼마켓·마트는 물론 온라인쇼핑몰에서도 비타소이 제품이 사라졌다고 한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비타소이 주가는 5일 12% 가까이 폭락했다. 중국 공산당과 이를 따르는 사람들의 무차별적인 기업 때리기가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알리바바·디디추싱 등 자국 기업들은 공산당 이념과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고 때리고 H&M·나이키 등 해외 업체는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건드렸다면서 보복했다. 체제 비판을 용납하지 않고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직시해야 할 때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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