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일 회동해 정권 교체를 위한 정치적·정책적 연대를 맺기로 했다. 두 사람은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통합의 범위를 중도로 확장하고 실용 정치 시대를 여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전날 첫 민생 행보에서 천안함 용사들의 묘역을 참배하며 보수 진영에 구애한 윤 전 총장이 안 대표를 만나 중도 진영까지 정치적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 지난달 29일 정치 선언을 한 뒤 처음으로 안 대표와 공개 회동했다. 안 대표는 이날 회동 장소에 대해 “이 자리가 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한 곳, 초심을 생각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안 대표에게 “정치의 대선배이시니까 좋은 말씀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과 안 대표는 1시간 50분가량 회동했다.
윤 전 총장은 회동 후 “정권 교체와 협력을 어떻게 해나갈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고, 안 대표도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고 지속적으로 고민을 나누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전 총장 측의 김기흥 부대변인과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두 사람이 △정권 교체의 필요성 공감 △선의의 경쟁자·협력자 확인 △야권 중도 확장과 실용 정치의 필요성 △정책적 연대 지속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과 안 대표가 첫 만남에서 공개적으로 협력적 관계를 선언한 배경에 대해 정권 교체를 해야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 대변인은 “이날 두 사람은 정치와 경제·외교·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나눴다”며 “윤 전 총장과 안 대표는 모두 소득 주도 성장과 탈원전 정책,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양측 대변인은 또 “두 사람은 확실한 정권 교체를 통해 야권의 지평을 중도로 확장하고 이념과 정권 교체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정권 교체를 위한 선의의 경쟁자이자 협력자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두 사람은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서로 만나기로 했고 정치적·정책적 연대와 협력을 위해 필요한 논의를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이날 회동을 시작으로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민생 행보 사흘째인 8일 혁신 기업인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날 예정이다. 윤 전 총장은 첫날 대전현충원을 찾아 문재인 정부의 안보관을 비판하며 보수 진영에 강한 메시지를 던진 데 이어 이날은 중도 진영인 안 대표와 정치적 협력 관계와 ‘실용 정치’ 연대를 선언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현장에서 뛰는 혁신 기업 대표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청년 실업과 기업 규제, 미래 산업 변화 등에 대한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이날 재직 당시 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수사할 때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영장을 청구하지 말라는 청와대의 회유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세세하기 밝히기 어렵지만 대부분 제가 겪은 일”이라며 우회적으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