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000여 건이 넘는 노인학대 사건 중에서 13%는 노인요양시설과 같은 기관에서 발생했다.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등으로부터 당한 폭행이다. 옆에 두고 보살피지 못해 안 그래도 마음 쓰이는 가족들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다. 갈수록 노인 돌봄 수요는 늘어나지만 어디서 믿을 만한 사람을 찾기는 어렵기만 하다. 간병인력을 중개해주는 '케어닥'은 바로 이런 불투명한 시장에 변화를 불러온 실버케어 스타트업이다. 노인 돌봄을 플랫폼화해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간병인을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고도화된 실버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8년 케어닥을 창업한 박재병(사진) 대표는 짧지만 강렬하게 노인 돌봄을 경험하며 시장의 변화를 염원하게 됐다.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하던 부산 쪽방촌에서 '브로커'를 맞닥뜨린 이후였다. 그는 "정부 보조금을 두고 노인을 시설에 넘겨주고 돈을 받는 일을 목격하고 회의감에 빠졌다"며 "기부나 봉사를 넘어 곧바로 노인 돌봄 자체를 투명하게 시스템화하는 플랫폼 사업을 직접 해보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노인 돌봄 시장을 밑바닥부터 들여다보고 업계에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는 데만 1년 가까이 집중했다. 처음에는 요양시설을 소개해주는 플랫폼에서 시작해 직접 간병인으로도 일해보며 생태계를 파악했다. 박 대표는 “예상했던 대로 소비자들은 간병인의 경력이나 서비스 정보, 심지어는 범죄이력도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차근차근 믿을 만한 간병인을 만들기 위해 100명을 대상으로 케어닥만의 노인 돌봄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수료자부터 서비스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장에서 회사의 비전을 설명할 때 "사기꾼이 아니다"며 설득부터 해야 했지만, 점차 건전한 간병인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교육 과정을 거쳐 간병인을 5단계로 분류하고 각 등급별로 임금에 프리미엄을 부과하니 선순환이 시작됐다. 환자의 가족들은 초기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추가 비용이 없고 안전한 케어닥에 신뢰를 보냈고 결과적으로 그동안 말 못 했던 환자의 만족도도 올라갔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케어닥은 더욱 주목받았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초기에는 외부에서 간병인을 들이는 것 자체를 꺼렸지만 사태가 장기화하자 방역 체계를 갖춘 케어닥 이용자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누적 가입 고객 수는 2만 1,000명을 넘겼고, 매달 5,300여 명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간병인의 10%가 넘는 7,000여 명이 가입돼 매달 1,300명이 활동 중이다.
노인돌봄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시킨 케어닥의 강점은 정교한 데이터에 있다. 간병인과 환자에 대한 기본 정보 이상으로 거동 여부, 인지 정도, 필요 돌봄 내용 등 22개 항목을 개인화했다. 나아가 보호자의 후기로부터 돌봄 스타일을 추출해 적합한 간병인까지 매칭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박 대표는 "간병인이 말을 시켜주느냐 또는 조용하냐, 환자가 먹고싶다는 아이스크림을 주냐 안주냐 등 돌봄의 지향점을 구체적으로는 분류할 수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노인의 행복을 위해 구체적인 정보를 간병인과 보호자 모두에게 제공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에 더한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케어닥은 지난달 106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플랫폼 확장이 우선이지만 나아가 노인 돌봄 서비스의 수퍼앱을 만들 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박 대표는 "고도화된 간병인 서비스를 통해 노인에게는 치료 기간을 단축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시키고 보호자에게는 종합적인 돌봄 비용을 절감시키는 게 목표"라며 "보험사, 금융권과 함께 기술 고도화,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방부터 재활과 은퇴 생활까지 종합 시니어 헬스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케어닥의 비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