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뷰티 유튜버 ‘레오제이’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와 진행한 합동 라이브 방송은 시작한 지 1분도 되지 않아 초도 준비 수량 1억 원어치가 완판됐다. ‘민스코’와 에스쁘아의 네이버 라이브 방송 마켓에서도 1시간 내 4,000개 이상의 제품이 판매돼 단기간 최고 매출을 냈다.
과거 집으로 찾아오던 화장품 ‘방판’이 온라인으로 확장하면서 직접 써보고 추천하는 유튜버 마켓이 MZ세대들의 새로운 구매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멀티채널네트워크(MCN) 회사 레페리는 이 같은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들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1,000명의 뷰티 크리에이터를 발굴했다.
9일 서울경제 시그널과 만난 최인석 레페리 대표는 과거 파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자체적인 데이터 연구소를 운영해 사용자들이 즐겨 찾는 키워드를 분석하고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수입을 보장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 모두 최 대표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느낀 것들이다.
레페리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난 2018년 이후 2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라이브 커머스와 제품 개발 비용이 늘면서 166억 원 매출에 17억 원 손실이 났다. 같은 기간 도티와 유병재 등 유명 유튜버들이 소속돼 있는 샌드박스네트워크는 89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한편 73억 원 손실을 냈다. 트레져헌터 역시 매출액은 204억 원이었으나 19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최 대표가 뷰티 콘텐츠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소비의 주체가 여성들인 만큼 그들이 가장 먼저 찾는 화장품 콘텐츠를 기획했다”며 “전 세계 여성들이 관심 있어 하는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를 가장 빨리 소개하고 나만의 활용법 등 노하우까지 알려주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의 구독자 수에 따라 규모에 맞는 화장품 광고를 붙여주기도 한다. 기존 MCN 사업자들이 단순히 소속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던 것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터 소싱-마케팅-커머스-브랜드라는 밸류 체인을 구축한 것이다.
2019년 레페리에 50억 원을 투자한 아주IB투자의 김진영 팀장도 “기존 MCN 사업은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역량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만큼 회사가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그러나 레페리는 오디션 등 자체적인 육성 시스템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을 신인부터 키워나가며 다양한 광고와 커머스 사업을 접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는 뷰티뿐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와 함께 카카오톡 채널이나 네이버 쇼핑 라이브 등 폭넓게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채널로 영역을 확장해 성장성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올해 매출 250억 원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3년 내 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으로 성장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 확장을 위한 추가 투자 유치도 고려 중이다. 2019년 클로징한 시리즈B 투자에는 NH투자증권과 아주IB·GS홈쇼핑·신한금융투자 등이 총 100억 원 규모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