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가족 경영의 폐해 지적에 통감하지만 전문 경영인 체제는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오히려 일본에서는 한국의 가족 경영을 부러워한다”고 언급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9일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카카오 오디오 플랫폼 ‘음(mm)’을 통해 생중계된 간담회에서 대기업 승계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간담회의 주제는 ‘우리가 바라는 기업’이었다.
최 회장은 기업 승계와 관련해 “가족 경영 체제가 나쁘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저도 자유롭지 않다”면서 “하지만 다른 나라는 괜찮은데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창업주부터 이어져오는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가 상속 과정을 거치면서 경우에 따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는 한국 기업만의 특징이 아니라는 취지다. 최 회장은 “미국에서도 창업주부터 2·3대로 내려갈 때 많은 문제가 야기됐고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전문 경영인 체제가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일본 기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투자 사례를 들어 전문 경영인 체제의 한계를 설명했다. 그는 “도시바에 매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일본 정부까지 관여했지만 일본 기업 중 어느 곳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다”며 “반도체 경영이라는 것이 그만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사업인데 일본의 전문 경영인들은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그때 운 좋게 SK하이닉스가 재무적 투자자와 손을 잡고 투자를 했다”며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는 가족 경영이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얻어맞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한국의 가족 경영을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그는 “어느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체제에서든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