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소비진작용 캐시백, 탁상행정 아닌가

이태규 금융부 기자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보건소 선별 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보건소 선별 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도 소비 진작을 위한 카드 캐시백 정책(상생소비지원금)을 강행할 태세다. 정부는 지난 9일 추가경정예산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캐시백 사용처를 발표하기로 했다. 정책은 한 달 카드 사용액이 2분기 월평균 사용액보다 3% 이상 많을 경우 초과분의 10%를 환급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일선에서 정책을 실행할 카드사는 현실을 모르는 제도라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국민 한 사람이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개인의 월 카드 사용 총액을 통합·산출하는 시스템이 없어 새로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는 백화점·대형마트·유흥업소 등은 소비 인정액에서 제외하기로 했는데 여러 개별 카드사마다 가맹점을 분류하는 체계가 달라 이를 일일이 통일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카드를 쓴 후 캐시백만 받고 다시 카드 소비액을 취소하는 ‘블랙 컨슈머’가 나올 수도 있다. 사안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카드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손을 떼고 처음 정책 아이디어를 낸 기획재정부가 업무를 주관하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도 나올 수 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본인은 캐시백을 돌려받을 수 있을 줄 알고 카드를 긁었는데 실제로는 소비 인정 가맹점이 아니어서 캐시백을 받지 못했다며 카드사에 민원을 넣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언제나 그랬듯 이런 정책이 나오면 콜센터 직원들만 거센 민원에 못 이겨 퇴사를 하곤 한다”고 씁쓸해했다.

무엇보다 현재의 코로나 국면과 정반대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쇼핑몰까지도 소비 인정액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캐시백을 받기 위해서는 코로나19를 무릅쓰고 소비를 하러 외출을 해야 할 판이다. 혹은 안전을 위해 집에 머무는 사람이 많아지며 캐시백 예산은 소진되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을 가능성도 높다.

캐시백 정책에 책정된 예산은 1조 1,000억 원이다. 매달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10만 원씩 주어지는 아동수당 예산(지난해 기준 약 2조 3,000억 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예산에는 언제나 기회비용이 따른다.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효과도 장담할 수 없는 캐시백 정책보다는 막대한 국가 부채를 조금이라도 갚는 데 써 이자비용을 줄이거나 코로나 방역·선별진료소 같은 당장 시급한 곳에 예산을 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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