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목숨까지 앗아가는 보복범죄…“오늘도 피해자들은 두려움에 떤다”

보복범죄 1심 판결 40%가 집행유예

가해자의 58%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

신변보호요청 느는데 예산 못 따라가

“처벌강화·피해자보호장비 확충해야”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남자친구 A씨로부터 수년간 데이트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 B씨는 결국 참다못해 지난해 4월 A씨를 폭행과 협박, 보복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수사를 받게 된 A씨는 대학원 진학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헤어진 여자친구 B씨의 집 근처로 찾아갔다. 늦은 밤 집 앞 골목길에서 B씨와 마주친 A씨는 주먹과 발로 수차례 때린 것도 모자라 이를 보고 달려온 B씨의 아버지까지 폭행했다. 보복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충격적인 보복범죄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가해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절반 넘는 가해자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1심 판결에서도 절반 가까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복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강화뿐 아니라 신고인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보호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보복범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로 분류돼 가중처벌을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 법원 판결은 집행유예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복범죄사건과 관련된 1심 판결 260건 가운데 40%에 달하는 104건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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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복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들이 신청하는 신변보호조치 건수는 지난 2017년 6,899건에서 2020년 1만 4,773건으로 3년 새 2배 넘게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관련 예산은 142억원에서 195억원으로 37% 증가하는데 그쳤다. 보복범죄를 우려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피해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지원해줄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 가해자에 대한 경찰수사단계에서도 불구속 수사를 받는 경우가 많아 추가 보복범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2019년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보복범죄 사건 중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은 경우가 148건으로 구속수사(108건)보다 40% 가까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중심으로 사법제도를 개선하고 경찰의 범죄예방시스템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작 피해자 보호조치가 미흡한 상황”이라며 “특히 보복범죄의 경우 살인과 같은 잔혹한 범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권조정으로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된 경찰이 스스로 범죄관리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 경찰 전담인력을 크게 늘릴 수 없다면 스마트워치 등 피해자 신변보호를 위한 장비라도 대거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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