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미국은 코로나와 동거한다

◆김영필 뉴욕특파원

美 국민 90% 길거리서 노마스크

백신접종 높이며 생명·자유 접점

이젠 독감처럼 '관리'로 방향틀어

韓도 완전통제보다 핀셋지침 필요





며칠 전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국은 코로나19가 심한데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어떻게 사느냐는 것이다. 그에게 설명했다. 미 국민들은 길거리에서 90% 가까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실내 식사, 야외 이벤트가 사실상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그랬었나?” 놀란 눈치였다.

지난 주말 맨해튼의 첼시마켓에 나갔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처음이었는데 로스 타코스나 랍스터 플레이스 같은 곳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는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미국의 경제 정상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델타 변이에도 백신을 맞은 학생은 교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대면 수업이 중요하며 백신의 힘을 믿는다는 얘기다.

방역 지침도 느슨하다. 식당과 커피숍·마트에서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 한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직원이 “백신을 맞았느냐”고 묻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랬다는 기사도 못 봤다. 자유와 개인의 의지를 중시하는 미국의 특성상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자만심이 과한 게 아닐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달 초 1만 3,000여 명대였던 7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10일에는 1만 8,829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무서운 가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현재 미국 성인의 67.4%가 1회 이상 백신을 맞았다. 버몬트는 무려 85.6%나 되고 매사추세츠(82.8%)와 코네티컷(79.8%) 등도 80%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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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공화당 지지주만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것 같지만 높은 접종률 덕에 대표적인 진보주 주민들도 ‘노마스크족’이다. 마스크 없는 세상에 정파는 없다.

물론 자유가 공짜는 아니다. 미국은 지금도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에 200명이 넘는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관리’로 방향을 잡았다. 아무도 공식적으로 얘기하지 않지만 미국은 개인의 생명과 자유 사이에서 접점을 찾고 있다. 앞으로 수년간 코로나19는 독감처럼 겨울철마다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신과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통해 돌파감염이 일어나도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코로나19와의 동거다.

중요한 것은 피로감이다. 긴 병에 장사 없다고 장기전을 버텨내려면 사람들도 쉬어갈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누리는 이번 여름은 그래서 미국인들에게 중요하다.

리스크는 관리하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변의 보건 전문가들이 5년간 셧다운(폐쇄)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했다. 5년을 셧다운하면 그 어떤 전염병도 잡아낼 수 있겠지만 우리의 삶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한국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규제를 강화하는 모양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4단계로 올리고 저녁에는 3인 이상 모임을 금지한다. 정부는 “이제 와서 흐트러지면 다 무너진다”고 한다.

공중보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규제가 1년 6개월이 넘어간다. 국민들이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소나기는 피해야 하지만 비가 잦아들면 완전 통제 중심의 방역 정책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더 예리하고 정확한 핀셋 지침도 필요하다. 뭉텅이로 드러내는 식의 방역에서 관료주의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특히 백신 수급 실패는 숨긴 채 방역 수칙 위반 반복 시 해당 지역 동일 업종 전체의 운영을 제한하겠다는 당국자를 보면 너무 많이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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