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강공원서 단속 피해 4명 모임…아예 마스크 벗은 채 운동하기도

<혼란 유발하는 방역 수칙>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눈치보며 옹기종기

헷갈리는 방역 매뉴얼에 현장선 불만 목소리

헬스장 회원권·결혼식 연기·환불 문의 쇄도

12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현장단속요원들이 잔디밭을 돌아다니며 방역수칙 위반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심기문기자12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현장단속요원들이 잔디밭을 돌아다니며 방역수칙 위반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심기문기자




“3명 이상 모여 있으면 안 됩니다. 흩어져주세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처음 시행된 12일 저녁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현장 단속 요원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3명 이상 모여 있는 시민들에게 해산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에 맞춰 거리를 두고 자리 잡는 것은 잠시뿐이었다. 시민들은 단속 요원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내 돗자리를 붙여 앉고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 등 초유의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처음 시행된 이날 저녁, 시민들은 해가 저물자 하나둘 한강공원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2명씩 짝지어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 잡거나 벤치에 앉아 여가를 즐겼다.



하지만 곳곳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인 4명이 돗자리 2개로 나눠 앉아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운동하러 나온 시민들 또한 더위에 답답함을 못 이긴 채 마스크를 아예 벗고 한강변을 달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시민 장 모(52) 씨는 “원래는 헬스장에서 유산소운동을 했는데 러닝머신 속도 제한이 생겼다고 해서 아예 한강공원으로 운동하러 나왔다”며 “초반에는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뛰었는데 뛸수록 숨이 막혀 중간중간 벗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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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과 반대로 슈퍼마켓과 마트는 오후 6시 이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부터 마트에도 동거 가족을 제외하고는 3명 이상의 지인이 입장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노원구의 한 대형 마트를 찾은 대부분의 손님은 1~2명의 소규모 그룹이었다. 마트 관계자는 “6시 이전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저녁 시간이 되면서 많이 줄었다”면서도 “3명 이상이 입장하는 경우가 앞으로 많이 생길 텐데 그때마다 동거 가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택시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손님의 사적 모임 여부를 알 수 없어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3명 이상 사적 모임의 택시 동시 탑승을 금지했지만 직장 동료와 퇴근길에 함께 하는 경우 등은 예외로 규정했다. 택시 기사 강 모 씨는 “어떻게 차 밖에 서 있는 손님이 사적 모임인지 확인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실내체육시설에도 회원권 연장·환불 문의가 잇따랐다. 실내체육시설 러닝머신의 최고 속도가 시속 6㎞로 제한되고 샤워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 제약이 생긴 탓이다. 실내체육시설 종사자들은 정부의 탁상행정으로 회원권 환불·연기 등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동시에 방역 수칙 준수에 대한 책임도 무거워졌다고 지적한다. 서울 구로구에서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는 이 모(28) 씨는 “계단을 오르는 효과를 내는 ‘스테퍼’나 ‘사이클’ 같은 유산소 기구는 그대로 둔 채 러닝머신 속도만 제한하는 게 무슨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어떤 기준으로 방역 대책을 세웠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과 예식장도 혼란을 피하지 못했다. 거리 두기 4단계가 적용되며 결혼식과 장례식은 8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 등 친족만 최대 49명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친구나 직장 동료 등은 참석하지 못한 채 결혼식을 치러야 해 거리 두기 시행안이 정해진 지난주 말부터 예비부부들의 예식 연기 문의가 쇄도했다.

불가피하게 결혼식을 예정대로 진행하더라도 결혼식 관련 방역 지침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자 예비부부들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말부터 결혼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주례나 사회자·사진작가 등도 참석 가능 인원 49명에 포함되는지를 묻는 글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심기문 기자·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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