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땜질식 처방이 대부분…文은 친정부성향 '교육위' 설립 논란

[미래 인재 육성 교육이 없다]

■역대 정부 정책 보니

노무현, 공교육 질 높이기 초점

이명박 '자율과 경쟁' 내세우고

박근혜땐 '자유학기제' 선보여

文정부선 고교학점제 등 도입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연합뉴스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연합뉴스




교육은 역대 정부가 가장 중요시한 정책 분야다. 획일적 대입제도, 사교육 팽창 등 우리나라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한다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교육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임기 5년 안에 무리하게 성과를 내기 위한 ‘땜질식’ 처방이 대부분이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보수·진보 정권에 따라 정책이 춤을 추면서 학생·학부모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무현 정부는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본격적으로 마련했다. 특수목적고 폐지 정책이 추진된 것도 이 시기다. 특목고가 초중고생의 사교육비 상승을 부추긴다고 보고 설립과 운영을 엄격히 관리했다. 임기 말에는 특목고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고등학교 운영 개선 및 체제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수능 성적을 등급으로만 표시하게 하자 대학들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논술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대입제도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결과도 낳았다.



이명박 정부는 자율과 경쟁을 내세운 ‘신자유주의’ 원칙에 입각해 교육정책을 펼쳤다. 학교 자율화 정책을 통해 자율형사립고 설립을 지원하면서 고교 서열화 논란이 정점에 달했다 . 일제고사 방식의 초중고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를 도입했고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학교 간 경쟁과 단순 암기 위주 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입학사정관제 확대는 학생들의 ‘스펙 경쟁’으로 이어져 과열 양상이 나타났고 다시 특목고가 주목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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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대표 교육정책으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 등 지필 고사를 치르지 않고 진로 탐색의 기회를 주는 ‘자유학기제’가 꼽힌다. 하지만 자유학기제가 중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이과 통합을 골자로 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도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2022학년도에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치러지는데 학교 현장에서는 문과생 불리 등의 부작용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이 논란이다. 국가교육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뒤집히는 폐해를 막기 위해 현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 직속 의결 기구로 관련 법안이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가교육위가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10년에 걸친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면 교육부가 계획에 맞춰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문제는 국가교육위가 친정부 인사로 꾸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위원 21명 중 국회 여당 추천 몫 위원과 대통령 지명, 교육부 차관 등을 합하면 친정부 성향 인사가 절반에 달한다. 보수나 진보 어느 세력이 정권을 잡든 국가교육위가 ‘정권 거수기’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보수 성향 교원 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고 위원 구성도 편향적이기 때문에 정권·정파를 초월한 국가교육위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인프라 구축 없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대표적인 게 고교학점제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대학생처럼 학교에서 진로와 적성에 맞는 수업을 선택하고 이수한 뒤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하는 제도로 오는 2025년 모든 고등학교에 도입된다. 하지만 수능 중심의 입시 체제, 교사 수급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 급하게 추진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경욱 고려대 교수는 “아직 대학에 가려면 수능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능 중심의 교과목에 학생들이 쏠릴 것”이라며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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