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휴먼라이츠워치






1975년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유럽과 북미의 35개국이 참석하는 유럽안보협력회의가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서 진영이 처음으로 유럽의 안보와 냉전 종식 문제 등을 논의하고 매듭짓는 자리였다. 당시 헬싱키 회의를 앞장서 추진했던 국가는 구(舊)소련이었다. 독일의 통일을 막고 동유럽 위성국가들의 국경을 유지하려는 의도에서다. 국경선 존중, 경제·과학·기술·환경 협력, 인권 보호, 후속 조치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고 ‘헬싱키협정’으로 구체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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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에는 이 협정의 인권 조항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국제 인권 단체 ‘헬싱키워치’까지 생겼다. 유대인 출신이자 출판 업계 거장으로 이름을 날린 로버트 번스타인이 주도해 만든 단체다. 번스타인은 ‘헬싱키워치’ 활동에서 성과를 거둔 뒤 미주(아메리카워치)와 아시아(아시아워치) 지역으로 보폭을 넓혔다. 1988년에는 전 세계에 흩어진 ‘워치’ 조직을 통합한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를 출범시켰다. 현재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400여 명의 전문가가 휴먼라이츠워치에서 일하고 있다. 이 단체는 세계 각국의 인권 상황을 조사해 보고서를 발행하고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인권 개선을 촉구하기도 한다. 1997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휴먼라이츠워치가 12일 “전직 인권 변호사(문재인 대통령)가 이끄는 한국 정부가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 정권 중 하나인 북한을 옹호하기 위해 자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은 모순적이고도 슬픈 일”이라고 꼬집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주장에 우리 정부가 “(금지법은) 국제적으로도 허용되는 수준”이라고 반박하자 공식 성명을 통해 재반박한 것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이 비판받는 것은 정권 유지를 위해 인권을 유린하는 전체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 정부’라고 자부하는 문재인 정권이 이런 나라들의 눈치를 보느라 인권 침해를 모른 척하고 심지어 우리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민주·자유·법치·인권 등의 헌법 가치를 허물면 나라의 뿌리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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